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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더 줄이면 낙찰"…250억 '탄소감축 오디션' 첫 시행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6-01-20 11:35   수정 2026-01-20 11:46



정부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탄소를 줄일 기업을 뽑는 일종의 '탄소중립 설비 오디션'이 시작된다. 단순한 보조금 배분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각자의 탄소 감축 기술과 가성비를 겨루는 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총 250억원 규모의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을 공고하고 오는 21일부터 내달 25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존의 정액·정률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가성비'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데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예상되는 탄소 감축량과 이를 위해 필요한 1톤당 희망 지원금(입찰가격)을 적어서 제출한다. 정부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 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며, 선정된 기업은 최대 5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는 한정된 정부 예산을 투입해 탄소 감축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지점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라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전체 예산의 30%를 우선 배정하고, 중소기업 70%, 중견기업 50%, 대기업 30%로 보조율을 차등 적용해 형평성을 맞췄다. 지원 대상에는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등 혁신 설비들이 폭넓게 포함된다.



사후 관리도 엄격해진다. 정부는 '성과협약제도'를 통해 실제 감축 실적을 점검한다. 감축량이 예상치를 초과할 경우 추가 지원금 등 보상을 제공하지만, 실적이 미달할 경우에는 보조금을 환수하거나 향후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 실질적인 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경매제와 성과협약제 등을 법률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이번 경매제는 향후 도입될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 단계로 평가받는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이 탄소 저감 설비에 투자할 때, 시장의 탄소 가격이 낮아져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미리 약정한 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현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탄소차액계약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철강·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경매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탄소 감축 비용을 스스로 산정하고 성과 중심의 지원 체계에 적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선진국형 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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