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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에 신도시 만든다고 돈 쏟아붓더니…처참한 결과

입력 2026-01-20 12:00   수정 2026-01-20 13:43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 등 전통적인 지방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전국 평균 수준으로만 성장했어도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가 지금보다 260만 명(생산가능인구 기준) 이상 적었을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도시 인구 유입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벌이’와 직결되는 생산성인 만큼, 빈 땅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며 인프라 시설 구축에 돈을 쓰는 대신에 기존 도시 중 일부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인구 집중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김선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 분포 결정 요인과 공간정책 함의’를 발간했다.

서울 인구는 왜 1500만 명도 500만 명도 아닌 930만 명(2024년 기준)인가. 보고서는 도시의 생산성과 쾌적도, 인구수용 비용 간 균형으로 이를 설명했다. 생산성과 쾌적도는 높을수록 소득과 주거 환경을 개선해 인구 유입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구수용 비용은 한 명의 인구를 추가로 받아들이는 데 드는 비용으로, 높을수록 인구 유입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일극 현상'이 벌어진 핵심 원인은 생산성 격차다. 2005년 수도권 도시의 평균 생산성은 전국 평균의 101.4%로, 비수도권(98.7%)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까지 수도권 생산성이 20% 증가할 동안 비수도권은 12.1% 늘어나는 데 그쳐 차이가 8%포인트 가까이 났다.

그나마 수도권 인구 집중을 억제한 요인은 쾌적도와 인구수용 비용이었다. 비수도권의 쾌적도는 줄곧 수도권보다 높았고, 그 격차도 확대됐다. 반대로 인구수용 비용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낮았지만, 그 차이는 소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만약 생산성 차이대로만 인구가 이동했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국민 3명 중 2명꼴인 62.1%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방 산업도시의 쇠퇴도 수도권 인구 집중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2005~2010년에는 울산을 제외한 대부분 도시의 생산성이 향상했지만, 2010년 이후 거제·구미·여수 등 전통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크게 하락했다. 조선업 불황,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철강 산업 침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2010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 연구원은 이 경우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2%로, 실제보다 2.6%포인트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19년까지 전국 평균 수준으로만 이들 도시의 생산성이 개선됐어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3.3%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2005년보다 오히려 인구 집중이 완화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생산가능인구 기준으로는 현재보다 약 260만 명이 수도권에 덜 몰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는 대신 지방 소도시의 인구 유출은 더 빨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균형발전 정책의 목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완화라면,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 확대는 일정 부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빈 땅이나 낙후 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만으로는 균형발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재원의 상당 부분이 인프라 구축에 투입돼 인구 유입의 핵심 요인인 생산성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공간 구조를 대도시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신도시 조성보다는 세종시와 소수의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해 집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혁신도시 역시 성과 평가를 거쳐 후속 사업을 선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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