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간산업 설비 생산 공장의 현대화 준공식에서 내각 간부들의 '무책임성'을 거칠게 질타했다. 사업을 담당한 내각부총리는 현장에서 해임됐으나 즉각적인 처형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함경남도 함흥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현대화대상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김정은은 기업소 현대화 진행 과정에서 "국가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사안인 이 사업이 첫 공정부터 어그러졌다"고 비판했다. 현대화가 '마구잡이식으로, 눈속임식으로' 진행된 탓에 당 중앙위원회가 군수공업 부문 현대화 전문가 그룹을 투입해 상황을 전면 검토했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60여 건이나 제기됐다는 지적이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기계제작업체로, 북한의 주요 광산과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 기업들에 각종 설비를 공급해왔다.
김정은은 북한의 기계공업을 담당한 양승호 내각부총리를 지목하며 "특히 기계공업 부문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는 지금의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는 이 부총리 대신 새 정부 구성 때 다른 사람을 등용할 것을 총리 동무(박태성)에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동무는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부총리 동무를 해임시킨다"고 말했다.
양승호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기계공업상 등을 지내고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도 오른 고위관료다. 김정은은 양승호를 겨냥해 "염소에게 달구지를 메워놓았던 것과 같은 격"이라며 "황소가 달구지를 끌지 염소가 달구지를 끄나"며 깜냥에 맞지 않는 일을 맡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비판되었지만 전 내각총리(김덕훈)는 물론이고 룡성기계연합기업소 개건 현대화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태공하고 구경꾼 노릇만 해온 정책지도 부문의 책임간부들도 마땅히 가책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정은이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간부들을 도마 위에 올리고 해임한 것은 내각 전반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본보기성'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당대회와 이어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정은이 집권 초반 등 과거와 달리 양 부총리를 처형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바르지 못한 언동으로 당중앙을 우롱하려 들었다"고 비난하면서도 "(양 부총리가) 반당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후 5년간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포함해 140여명을 처형하는 등 폭정을 휘둘렀다. 김정은이 화를 내며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놈", "숨 쉴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하면 총살형에 처해 시체라도 남지만 “땅에 묻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하면 고사기관총이나 화염방사기로 처형당해 형체도 없이 죽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2016년 이후 공개 총살을 자제하는 등 국제 사회 여론과 내부 민심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도 나타냈다. 그러나 다수의 대북 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에도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공개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 분위기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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