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2017년 첫 아이를 출산한 뒤 심한 기침으로 고생했다. 제왕절개 봉합선이 터질 정도였다.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요구하자 간호사들은 말했다. "그냥 좀 진정하세요." 검사 결과 결국 폐에서 혈전이 발견됐고, 폐색전증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엘리자베스 코멘이 쓴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은 이처럼 여성의 신체적 고통과 증상이 정신적 문제로 취급받아온 문제를 꼬집는다.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자신의 진료 경험과 방대한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 의학이 여성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는지' 묻는다.
의학은 오랫동안 여성의 몸을 오진하고 고통을 축소하거나 왜곡해왔다.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방해했다. 유방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환자 엘렌은 자신을 담당하던 의사 코멘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선생님께 땀을 흘려서 죄송해요." 코멘은 암 병동에서 엘렌처럼 사과하는 여성 환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땀을 흘리는 건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 신체 반응인데도. 유방절제술 흉터 위에 살구색의 가짜 유두 스티커를 붙인 환자가 "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할 때, 코멘은 남성 환자가 이런 수치심을 겪는 경우는 없었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책은 여성의 증상이 '과장' '기분' '불안' 등 심리적 문제로 치부돼온 과정을 고발한다. 현대 의학의 여러 표준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짚어낸다. "고대 그리스 이후 의학은 항상 남성을 기본값으로 여겼다. 남성의 신체는 건강한 표준으로 여겨졌고, 여성의 신체는 그 차이로 인해 이상적 상태에서 벗어난 존재로 여겨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의학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머리뿐 아니라 의학적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에도 스며들었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건강과 질병을 대하는 태도, '정상'의 기준이란 곧 사회적 권력과 신뢰의 문제라는 점을 증명해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