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지난 2년 사이 10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공짜'였던 암호화폐거래소 예치금(VASP)에 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2024년 7월 시행된 결과다. 이자비용 급증으로 케이뱅크는 은행의 가장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경쟁사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업비트와의 독점적 제휴 관계를 발판 삼아 급성장한 케이뱅크가 이젠 업비트와의 제휴로 성장에 제약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지난해 1~3분기 지급한 VASP 이자비용은 108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연간 VASP 이자비용이 567억원이었는데, 9개월 만에 전년도 대비 두 배 규모로 늘었다. 2023년(95억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10배 넘는 규모로 늘었다.

VASP에 이용료(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4년 7월 시행된 점이 케이뱅크의 이자비용 급증을 이끈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케이뱅크는 VASP에 연 0.1%의 이자를 적용했는데, 법률 시행을 계기로 금리를 연 2.1%로 올렸다.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했지만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VASP 이용료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VASP 이용료율이 높게 유지되다 보니 케이뱅크가 VASP를 굴려 얻는 운용손익(운용수익-이자비용)은 줄고 있다. 케이뱅크의 VASP 운용손익은 2023년 727억원에서 2024년 868억원으로 늘었으나, 작년엔 1~3분기 누적 기준 108억원으로 급감했다. VASP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운용수익이 줄어든 결과다.
VASP 이자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줬다. 케이뱅크의 원화예수금 조달금리는 기준금리가 하락했는데도 2023년 2.8%에서 2024년 2.7%로 낮아지는 데 그쳤고, 작년에도 3분기 기준 2.6%로 높게 유지됐다.
조달금리를 낮추지 못하면서 은행의 가장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NIM은 2024년 1.91%에서 작년 3분기 1.38%로 0.53%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NIM은 2.16%에서 1.93%로 0.2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공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VASP에 대한 지급 이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조달금리를 기록 중"이라며 "향후 VASP 예치금 계약조건 등으로 금리 조정이 지연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자비용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케이뱅크가 업비트와의 제휴를 끊지도 못하고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디지털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의 긴밀한 제휴 관계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제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이자비용 급증으로 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의 향후 성장성에 제약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출범 이후 10년도 되지 않은 인터넷은행으로서 빠른 성장이 필요한데도 시중은행과 조달비용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황은 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케이뱅크는 두나무와 2020년부터 6년째 이어온 실명계좌 제휴를 시작으로 비상장주식·가상자산 시세조회, 업비트 라운지 등으로 협력 폭을 확대하고 있으며, 두나무는 신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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