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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가 소송 걸면 '근로자' 간주…"프리랜서 시장도 경직될 것"

입력 2026-01-20 17:52   수정 2026-01-20 19:48

정부가 20일 발표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은 70여 년간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 중심의 기존 보호 체계를 플랫폼 경제 확산에 맞춰 ‘노무 제공자’ 중심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간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안’으로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경계가 모호한 플랫폼산업 특성을 무시한 채 입법을 강행하면 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 위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근로자 추정제로 분쟁 급증 우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다. 지금까지 배달라이더와 웹툰 작가 등 프리랜서들이 ‘근로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려면 업무 지시 여부, 출퇴근 관리 등을 직접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추정제’가 도입되면 기업에 입증 책임이 전가된다. 근로기준법에도 추정 규정이 적용되면서 프리랜서(노무 제공자)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해고·징계 무효확인,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저임금법에도 추정제가 도입돼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노동계는 그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무 제공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산업 전반에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형사처벌에는 추정 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법조계에선 “임금 체불이 확정되면 결국 형사 고발로 연결되는 구조라 기업에는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무 제공자의 근로자성 입증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근로감독관 자료요구권·직권조사 등을 강화하고 거부 시 과태료도 부과한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업무 시스템 기록, 배차 알고리즘, 수수료 산정 방식 등 핵심 영업기밀이 유출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배달기사, 방송·웹툰 작가, 가사·돌봄 플랫폼 종사자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로자성 분쟁이 보다 정확하게 판단될 것”이라며 “가짜 3.3(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 3.3%만 납부하는 행위) 계약 등 오분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별 고착화” vs “생태계 고사”
쿠팡, 배달의민족 등 특수고용직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 플랫폼 기업 임원은 “현재도 프리랜서들이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상당수 진행 중이고, 판단 기준이 법원마다 달라 혼선이 크다”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면 기획소송과 집단분쟁이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특히 프리랜서·플랫폼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최대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돼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될 경우 원하는 시간에 유연하게 일하며 수입을 올리려는 프리랜서들의 활동도 제약받는다.

플랫폼 운영 비용이 늘어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나 소비자가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혜 대상인 노동계조차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별도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만드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를 2등 시민으로 고착화하는 행위”라며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자료 제출 의무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오분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데, 추정제까지 도입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일부 프리랜서가 자영업자로서의 자율성과 노동자 보호라는 열매만 챙기려 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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