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 약 870만 명에 이르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으며, 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법, 파견법, 기간제법 등 5개 노동관계법에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는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돼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하려면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추정제가 도입되면 플랫폼 기업이나 사업주가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근로자에 준해 차별 금지, 안전·건강, 단결권, 공정계약, 사회보험 등 8대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 해지’를 금지해 사실상 프리랜서 계약 해지도 근로자 해고 수준의 엄격한 규율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각종 기획 소송과 집단 분쟁으로 산업 생태계에 대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급증한 인건비 부담이 결국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특고 비중 높은 기업 비상

최저임금법에도 추정제가 도입돼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노동계는 그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무 제공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산업 전반에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형사처벌에는 추정 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법조계에선 “임금 체불이 확정되면 결국 형사 고발로 연결되는 구조라 기업에는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무 제공자의 근로자성 입증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근로감독관 자료요구권·직권조사 등을 강화하고 거부 시 과태료도 부과한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업무 시스템 기록, 배차 알고리즘, 수수료 산정 방식 등 핵심 영업기밀이 유출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배달기사, 방송·웹툰 작가, 가사·돌봄 플랫폼 종사자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로자성 분쟁이 보다 정확하게 판단될 것”이라며 “가짜 3.3(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 3.3%만 납부하는 행위) 계약 등 오분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특히 프리랜서·플랫폼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최대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돼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될 경우 원하는 시간에 유연하게 일하며 수입을 올리려는 프리랜서들의 활동도 제약받는다.
플랫폼 운영 비용이 늘어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나 소비자가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혜 대상인 노동계조차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별도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만드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를 2등 시민으로 고착화하는 행위”라며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자료 제출 의무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오분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데, 추정제까지 도입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일부 프리랜서가 자영업자로서의 자율성과 노동자 보호라는 열매만 챙기려 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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