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설계와 제조를 넘어 검사 공정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품질 확인 단계에 머물렀던 검사 공정이 이제는 칩의 수율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의 어드반테스트(Advantest)가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가속기 검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EUV 장비를 제조하는 네덜란드 ASML에 버금가는 반도체 공급망의 '슈퍼을(乙)'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드반테스트의 주가는 지난 1년간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왔다. 2024년 1월 4000~6000엔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올해 1월 주가는 2만2000엔대를 형성하고 있다. 2년 만에 3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AI 반도체 장비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약 2년 만에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순위도 20위권 밖에서 10위로 치솟으면서 일본 대표 IT 종목으로 부상했다. 시총은 20일 종가 기준 16조 4605억엔(153조 8254억원) 에 이른다. 도쿄일렉트론의 19조3100억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증시에서 10위권 내 IT업종은 소니와 도쿄일렉트론이 포함돼 있다.

실적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139억원(1084억 엔)을 기록해 전년 동기 636억엔(5949억원) 대비 70.6% 급증했다. 시장 기대치를 14% 이상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905억 엔(1조7819억원)에서 2630억 엔(2조4600억원)으로 38% 증가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AI용 SoC(시스템온칩) 테스터와 HBM 전용 테스터 판매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다.
어드반테스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이 이 회사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검사는 어드반테스트의 몫이다. 칩이 복잡해질수록 테스트 시간이 2~3배 늘어나는 구조 덕분에 엔비디아의 성장은 곧 어드반테스트의 매출로 직결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율을 잡기 위해 어드반테스트의 장비를 쓰고 있다. 어드반테스트는 HBM 테스트 시장의 60~70%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 빅테크 기업도 어드반테스트의 테스터를 대거 발주하고 있다.
어드반테스트가 주목받는 건 AI 칩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AI 테스트 장비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 라이벌인 미국 테라다인이 모바일이나 범용 SoC 테스터에 강점을 가진 것과 달리, 어드반테스트는 고속 메모리 및 AI 가속기용 초정밀 테스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식재산권(IP)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HBM3E와 차세대 HBM4 시장에서 어드반테스트 장비는 '표준'으로 통용되며 시장 점유율 60~7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I칩 사양이 고도화될수록 어드반테스트의 주문도 늘어나는 구조다. AI 반도체는 일반 칩보다 설계가 복잡하고 적층 구조를 지녀 검사 항목이 수 배 이상 늘어났다. 동일한 수량의 칩을 생산하더라도 더 많은 테스터 장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다. 6세대 HBM인 HBM4 양산이 본격화되는 만큼 어드반테스트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전망이다. 로직 공정이 결합되는 HBM4의 특성상 테스트 난이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말까지 생산 능력을 2024년 대비 70% 이상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어드반테스트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노무라와 골드만삭스 등은 2026년 어드반테스트의 영업이익이 3500억 엔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쓸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의 수문장' 어드반테스트의 독주 체제는 AI 시대가 심화될수록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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