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의 전세 걱정이 올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 대책으로 대출은 더 어려워졌고,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서울 전세를 구하지 못해 월세로 전환하려고 해도 주거비 부담이 걱정이다. 전셋집을 찾지 못하는 ‘전세 난민’에 이어 더 싼 월세 아파트로 옮겨가는 ‘월세 난민’의 시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절벽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월세난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하지만, 정부의 공급대책이 시장에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1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만2294가구로 1년 전(3만1125가구)과 비교해 28.4% 감소했다. 기존 전세 세입자는 시장 축소에 적극적으로 갱신 계약에 나서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새로운 전세 물건은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새로운 전셋집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비슷한 조건의 주택을 찾아도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올랐거나 아예 전세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통학 여건이 좋은 단지는 2년 새 1억원가량 올랐다”며 “물량 자체가 없다 보니 갱신 계약 아니면 대기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서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2021년 3만1909가구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꾸준하게 줄어 2024년 1만9606가구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멈췄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물량이 풀리면서 입주 물량은 4만6353가구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 예정 물량은 4165가구에 불과하다. 2027년에는 1만306가구로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 정비사업 물량이어서 사업 진행에 따라 더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 공급이 줄어들며 가격은 크게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중형(전용면적 85~102㎡)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억229만원에서 12월 8억5450만원으로 5221만원 상승했다. 중소형(60~85㎡ 이하) 아파트도 지난해 1월 6억2185만원에서 12월 6억5553만원으로 3000만원가량 뛰었다.
업계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전통적으로 전세 수요가 많았던 지역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강북·강서 지역에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서초(1.48%)와 송파(1.24%), 강동(1.10%)에 이어 양천(0.98%), 영등포(0.87%), 동작(0.68%), 성북(0.56%)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강 라인’으로 불리는 성동(0.49%)과 마포(0.30%)보다도 높은 상승세다. 업계 관계자는 “신혼부부가 많이 선택하는 강서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보다도 높다”며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주거비 지출 비중이 많이 늘어나 가계 부채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증부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파트 월세가 크게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 수준으로, 전셋값 상승률(3.8%)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31.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월(120.9)과 비교하면 1년 새 10.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역시 지난해 1월 134만3000원에서 12월 147만6000원으로 10만원 넘게 올랐다.
전세의 월세 전환과 월세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대출 규제가 올해도 계속되는 데다 지난해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로 묶어뒀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전세를 낀 매매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노후 재건축·재개발 단지 내 전세 물건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한정된 예산안에서 수도권까지 전세 매물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월세로 전환되는데 월세 물건마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서울 전세매물 감소세가 커 같은 예산이라면 경기 지역까지 거주권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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