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행될 것으로 기대했던 상속 공제 확대와 유산 취득형 상속제 개편 관련 법 개정이 모두 불발됐다. 상속세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어설 때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상속의 무게’를 체감하게 만든다. 이 구간에 진입하면 세 부담이 가중된다. 더구나 한국의 상속제도는 상속 개시 시점에 법정상속인만 재산을 자동으로 승계하게 돼 있다. 손자 등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분배할 수 없다. 상속인이 다시 본인 자녀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분배하려면 이미 낸 상속세 외 추가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전 증여와 유언·유증 등을 활용하는 게 유리한 이유다.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이전하고자 할 때 유언이나 유증은 현실적 해법이 된다. 생전에 분배 의사를 명확히 해두면 상속 개시와 동시에 고인 의도대로 재산이 옮겨진다. 상속인이 받은 후 다시 손자녀에게 나누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추가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세대를 건너 증여·상속하는 경우 ‘세대 생략 30% 할증 과세’로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2차 상속세를 고려하면 두 번의 상속세보다 한 번의 할증 과세가 절세 전략이 된다.
중요한 것은 ‘재산의 특성’에 따라 분배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전체 부동산에서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런데 부동산 특성을 살펴 토지, 건물을 따로 분리해 증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가 건물(꼬마빌딩)을 예로 들면 건물과 토지의 성격을 따로 구분할 수 있다. 건물 소유권은 배우자나 소득이 없는 손자녀에게 배분해 임대 수입으로 노후 자금과 미래 생활 자금을 확보하게 돕고, 토지는 자녀나 손자녀에게 이전해 장기적 자산 증식을 돕는 방식이다.
사위·며느리까지 분산 대상을 확대하면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상속세 계산 때 상속인 외의 자에 대한 사전 증여는 5년 합산한다. 상속인 사전 증여 10년 합산에 비해 기간이 짧다. 증여 후 5년만 지나도 사전 증여 합산 배제로 상속세 추가 절세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많이 활용되는 손자녀로 구성된 가족법인을 통한 분산 증여도 가능하다. 가족법인은 증여세 분산 절세와 임대 소득에 대한 절세까지 가능하다. 이미 소득이 많은 할아버지가 종합소득 합산으로 임대료 수입에 대해 높은 소득세율을 부담하는 것보다 법인을 통한 법인세율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상속인 외의 자에게 유증의 규모와 범위를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상속인 외의 자에 대한 유증 재산은 상속세 계산 때 배우자 상속 공제(최대 30억원)가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자칫하면 되레 상속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증여·상속세법상 여러 규정을 함께 검토해 전체 세 부담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상속 설계는 법 개정에만 기댈 것이 아니다. 언제, 어떤 자산을,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이전할 것인가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상속인의 의사를 반영한 유언과 유증 등은 그 자체로 절세 수단이다. 사후 가족의 자산 운용을 안정적으로 돕는 장치이기도 하다. 상속세 부담이 커질수록 생전에 정교한 분산 설계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천경욱 세무법인 송우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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