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여행 숙박 시장에서 호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위생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호텔 수요가 견고해지면서 숙박여행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 점유율 30%…2017년 이후 급성장

22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여행 숙박시설 가운데 호텔 점유율은 30%로 집계됐다. 여행객 10명 가운데 3명꼴로 호텔을 숙박 장소로 선택한 셈이다.
2017년에는 펜션 선호도가 25%로 가장 높았고, 호텔은 17% 수준에 머물렀다. 흐름이 바뀐 계기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 확산이다.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호텔 비중이 24%로 상승했고 이후 엔데믹 국면을 거치며 30%까지 확대됐다.
반면 펜션은 20% 선이 무너진 18%로 하락했다. 여행이 일상화된 데다 합리적 가격대의 중저가 호텔 공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분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가족·친구 집 이용 비중도 18%에 그쳤다. 모텔·여관(10%), 콘도미니엄(8%), 민박·호스텔(7%), 캠핑·야영(4%) 등 다른 숙박 유형은 큰 변동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나 일시적 유행보다 시장 구조 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여행사(OTA) 확산과 단기간·근거리, 호캉스 수요 확대에 이어 코로나19 이후 위생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호텔 이용이 빠르게 늘었다. 위생과 관리 수준이 비교적 일정한 호텔을 '특별한 숙소'가 아닌 '기본 숙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성비 쫓는데 호텔은 포기 못하는 여행객

숙소 선택 기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여행자가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비용(22%)이었다.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 중요도가 오른 항목이다. 반면 '거리·교통', '객실 환경', '주변 경관'의 비중은 모두 낮아졌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여행의 목적이 체류에서 이동과 소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수요 변화에 호텔업계는 3성급 이하 실속형 상품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호텔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었고, 여행 플랫폼은 가격 비교와 접근성을 강화했다. 반면 펜션과 콘도 시장은 감소하는 가족·단체 수요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또 2인 이하 여행 증가와 함께 숙소 내 취식보다 외부 맛집 탐방을 선호하는 식도락 여행 트렌드가 강화된 점도 호텔 선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물가 기조와 긴축 소비가 이어지는 한 호텔과 초저비용 숙소로의 양극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여행 숙박 시장이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간 가격대 숙소의 경쟁력 재정립이 과제로 지목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호텔이 펜션을 제치고 대표 숙박시설로 자리 잡은 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국내 여행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합리적 소비 풍조와 초긴축 여행 트렌드가 숙박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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