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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방지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기관의 대응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6-01-21 10:24  

이 기사는 01월 21일 10: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감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AML 프로그램과 내부통제 구축’에 대한 점검 중심에서 '지속적 발전과 효과적 운영에 대한 실질적 효과성’ 입증을 요구하는 질적 감독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는 구체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테러자금금지법을 개정해 실질 소유자에 대한 금융거래 및 재산권 처분 제한을 대폭 강화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회사, 가상자산사업자, 카지노 등 규제 대상 기관 내 AML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책임자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한 개정 업무규정을 시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금세탁방지제도 선진화를 위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해당 TF는 가상자산 규율체계 정교화, 2028년 예정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 대비 국제기준과의 정합성 제고, 자금세탁방지 검사·제재 제도 보완을 목표로 하며, 올해 상반기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 금융기관의 대응 전략
2020년 이후 전 세계 금융업권의 AML 관련 업무 비용은 연간 2천억 달러 이상으로, 이 중 85% 이상이 미국과 서유럽에서 지출되고 있다. 특히 해외 자회사 및 지점을 보유한 다국적 금융기관들은 국제적 규제 민감도와 규제 리스크 관리를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수십년간 유지하며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다.

최근 해외 금융기관은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와 비용 효율성의 균형을 위해 인력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컴플라이언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모니터링과 고객위험평가에 머신러닝 및 고급분석기법을 도입해 오탐(거짓양성)을 줄이고, AML 업무 전반에 AI와 자동화를 접목해 업무 정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투자가 인력의 중요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해외 감독기관들은 금융기관의 충분한 인력 보유와 전문성을 더욱 엄격히 평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다수 금융기관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AML 전문 인력을 유지하며 전문가 영입과 양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앞서 언급한 머신러닝, AI 도입 같은 단발성 투자를 넘어 AML 업무의 기본적인 운영 영역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수의 기관들이 감독기관 검사에 따른 평가 기준에 안주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외부 기관의 독립적 진단을 받거나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업계 동향을 선도하고자 한다. 전사적 리스크 평가, 거래모니터링 임계치 튜닝, 컴플라이언스 테스팅, 내부감사 또는 외부 독립 감사 등을 매년 1회 이상 수행해 자금세탁 리스크를 사업 변화와 규제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과제와 대응 방안
국내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선진화 방향성과 해외 사례를 종합해보면 형식적인 AML 절차 수행이 아닌 실질적인 자금세탁 리스크에 대한 이해와 통합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TF의 출범으로 예측되는 규제 변화와 더불어, 캄보디아 사태로 조명되는 초국경 범죄 관련 자금세탁 리스크 관리 이슈의 대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인한 시장 변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기관은 규제·감독 변화에 맞춰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지속적 투자와 발전을 위한 운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달 22일 시행되는 테러자금금지법 개정안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급변하는 규제 및 시장 환경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수다. 이러한 조치가 단발성 대응이 아닌 능동적 행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AML 운영체계의 핵심이다.

국내 금융기관은 감독기관 검사 대응용이 아닌 실시간 자금세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고, 현 시점의 AML 운영 체계를 전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의 배정, 정책·절차의 규제 준수, 내부통제 관리 절차 수행 등에 대한 경영진의 세밀한 주기적 검토와 지속적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규제 준수의 효율성을 위한 스마트한 기술적 투자가 요구된다. AML 내부통제에 대한 기술적 투자는 특정 주기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내부통제의 지속적 조율을 통해 실효성 있는 고위험 고객 및 거래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AML 내부통제 모델은 금융기관의 상품 포트폴리오, 고객 기반, 거래량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정교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의 활용은 감독 기관 보고로 이어지는 위험거래 식별의 정확성과 효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셋째, 초국경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가 필요하다. 지점 및 자회사를 통해 해외 사업을 영위해 온 금융기관들은 이미 해외 감독당국의 AML 검사 대응 경험을 통해 규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본사와 해외 거점 간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 역시 금융기관의 해외지점 또는 자회사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 체계의 강화와 보고 및 통제의 실질적 절차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다수 해외 국가에 지점이나 자회사를 보유했다면 통합적 관리체계를 국내외 감독기관 모두에게 입증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관리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규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AML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자금세탁방지의 본질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금융 생태계 전반의 무결성과 신뢰도를 보호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태로 부각된 초국경 범죄 관련 자금세탁 리스크와 가상자산 시장의 급속한 확산은 이러한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는 국내 금융기관에게 AML 역량 강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형식적 준수'에서 '실질적 효과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국내 금융기관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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