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한국 증시도 S&P500, 나스닥100,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처럼 적립식 장기투자가 가능한 시장이 됐습니다. 다만 대형 우량주 위주로 리레이팅(재평가)되는 흐름이기 때문에 이들 종목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야 하고, 정책적으로는 퇴직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역차별을 해소해야 합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21일 인터뷰에서 "국내 대형 종목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제 값을 받기 시작했다"며 "'국장은 단타'라는 인식을 버리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혁명에 동참할 수 있는 국내 우량주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ETF 운용과 개발 업무를 해온 김 대표는 2020년 국내 최초의 S&P500 ETF인 'TIGER 미국S&P500'을 출시해 인버스·레버리지 단타 위주였던 ETF 투자 문화를 장기 적립식으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최근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해 "최근 지수가 급등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매수·매도 '타이밍'을 재고 있다"면서 "한국 주식은 짧게 먹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뿌리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 대형주들도 미국 주식처럼 길게 보고 모아나가도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AI 핵심 공급망에 포진하고 있고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메가 트렌드'의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코스피 지수 상승이 오히려 '만년 저평가를 해소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개인들도 '주가가 올랐으니 팔자'가 아니라 제값을 받기 시작한 대형 우량주를 적립식으로 사 모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원래 좋았던 한국 기업들이 재평가 받는 시대가 왔고, 높아진 가격 때문에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일 거란 얘기다.
"예를 들어 서학개미들이 S&P500 적립식 투자할 때 '아, 6000넘었으니까 팔아야지' 이렇지 않잖아요. 때로 하락할 때도 있지만 장기투자하면 수익이 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우리 시장도 매수·매도 타이밍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장기 적립식 투자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다만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14.9% 올랐지만 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종목은 전체 상장사 중 8%(79종목)에 불과했다.
나머지 92%(881종목)는 지수 이하 수익률을 거뒀단 얘기다. 마이너스 수익률 종목도 55%(532종목)나 됐다. 코스피 리레이팅 수혜가 소수 대형주에 집중된 셈이다.
김 대표는 "미국 주식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유망한 대형주에 장기투자하듯이 한국 주식도 인공지능(AI) 혁명에 동참할 수 있는 반도체, 휴머노이드, 전력기기 업종을 골라야 한다"며 "대형 우량주를 모아놓은 'TIGER 코리아TOP10'이나 'TIGER 반도체TOP10'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ETF의 경우 운용사에서 알아서 유망 종목으로 교체하는 '리밸런싱'이라는 정기 절차 때문에 개인이 종목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ETF 상품만 잘 고르면 개인이 신경 쓰지 않아도 유망 종목에 장기투자할 수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장기투자=미국'이라는 공식을 바꾸고 장기 자금을 한국으로 돌리려면 퇴직연금 계좌의 세제 '역차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주식이나 주식형 ETF는 일반계좌에서 투자할 때 매매차익에 세금이 없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수익이 나면 향후 연금으로 받을 때 수익에 대해 3.3~5.5% 세금을 내고, 연금이 아닌 목돈으로 수령하면 16.5%라는 더 높은 세율이 붙는다. 일반계좌에 비해 연금계좌가 오히려 세제 상 더 불리한 것이다.
게다가 일반계좌보다 연금계좌가 훨씬 유리한 해외 주식·ETF 투자와는 정반대여서 퇴직연금의 해외투자를 부추기고 국내주식 투자를 제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 대표는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한다고 하지만 수 많은 퇴직연금 계좌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목돈이 들어있다"며 "퇴직연금 계좌의 세제 역차별을 해소하고 약간의 세제혜택을 주면 한국 증시로 장기자금이 크게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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