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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아파트 18억 주고 사는 게 맞나" 했더니…대반전 [현장+]

입력 2026-01-22 11:00   수정 2026-01-22 11:17

"'최상급 입지라는 건 알겠지만, 이 돈으로 이렇게 작은 집을 사는 게 맞나' 싶었어요. 결국 '어차피 1인 가구라 크기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단지도 조용하고 무엇보다 입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최근 서울시 송파구 소재 초소형 아파트를 구입한 30대 직장인 A씨)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같은 값이면 '면적'보다는 '입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초소형 아파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는 분위기다. 초소형 아파트는 통상 전용면적 50㎡ 이하의 방 1~2개 구조 아파트를 부르는 말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대장 아파트 중 하나인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39㎡가 지난 3일 18억2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두 달 만에 지난해 11월 썼던 최고가 17억9000만원보다 3500만원 오른 것이다. 현장 호가는 이미 20억원을 넘어섰는데, 매도자들은 이 가격에서도 매도를 보류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 단지 전용 49㎡ 역시 지난달 23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다. 지난해 11월에 썼던 직전 최고가인 22억원을 약 한 달 반 만에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한 번 더 뚫었으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구청에서 허가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약 한 달은 더 기다려야 신고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최상급 입지에 초소형을 품은 다른 단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달에 17억6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새로 썼고, 7호선 청담역 앞에 있는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26㎡도 같은 시기에 12억97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아이파크' 전용 28㎡는 지난해 8억원대에 5건이 잇달아 거래되면 '강남 역세권 초소형'의 인기를 몸소 입증했다. 2024년 10건 거래에 그쳤던 이 단지 전용 28㎡는 지난해에는 20건이 거래됐다.

'헬리오시티'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소형 평수 소유주 중에서는 임대사업자를 낸 분이 많아 물건 자체가 많지 않다"며 "송파구 아파트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형 신축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역삼동의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을 제한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며 "중대형은 오히려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데, 소형 평수는 물건이 나오면 줄을 서서 보고 있다. 지금 분위기가 소형만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전용 40㎡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6년 12월 59.3에서 지난해 12월 97.7로 10년간 64.7% 상승했다. 지역을 '강남 11개 구'로 한정하면 같은 기간 61.5에서 104.6으로 올랐고, 상승률은 70.1%였다.


당초 '초소형 아파트'는 재개발·재건축 조합 내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적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탄생했다. 이를테면 재개발 지역의 '지분 쪼개기'로 늘어난 조합원들에게 입주권을 챙겨주며 사업 반대를 막기 위한 구제책으로 활용됐다. 재건축 시에는 중소형 주택 건설 의무를 맞추기 위해 남은 공간을 잘게 쪼개는 과정에서 초소형 평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업 동력을 확보하고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어졌던 만큼 상품성은 낮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아파트 매매 가격과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실거주와 투자 목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공급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공급된 전용 59㎡ 미만 물량은 238가구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형 평형을 가지고 있던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소위 '1+1'(대형 1채 대신 소형 2채 분양) 물량을 제공하거나, 도시 정비를 하면서 맞춰야 하는 임대 비율을 채우기 위해 초소형 아파트는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런데 다주택에 대한 세금이 강화하는 방식으로 계속 제도가 개편되다 보니 최근에는 도시정비 사업에서 초소형 아파트를 짓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등 인기 지역들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상당히 강력하게 했다"며 "구매 욕구는 살아 있는데 구매 능력을 제한하다 보니, '입지'를 포기하기보다는 '면적'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이 덜해 접근할 수 있는 곳,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핵심 입지의 초소형 아파트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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