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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쇼크' 걱정하는 일본

입력 2026-01-21 16:52   수정 2026-01-21 16:56



일본 여야 주요 정당이 소비세 감세를 내걸고 중의원(하원) 선거를 치른다. 사회보장에 충당해야 할 재원 중 최소 5조엔의 구멍이 생기는 감세다.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감세를 실현하려면 ‘트러스 쇼크’를 경험한 영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러스 쇼크는 2022년 9월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의 집권으로 발생한 금융위기다. 트러스 정권은 출범 2주일여 만에 재원 대책 없이 연간 450억파운드 규모 대형 감세를 포함한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재정 불안이 초래됐고, 주식·통화·채권 ‘트리플 약세’가 발생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특히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감세 발표 전날 연 3.49%에서 5일 만에 연 4.50%까지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파운드당 1.03달러대로, 사상 최저치까지 급락했다. 트러스 총리는 대부분의 경제 대책을 철회해야 했고,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재임 49일 만에 퇴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시장이 급격히 반응한 것은 의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공식 발표된 이후였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포함한 ‘국민회의’에서 소비세 감세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일본 금리나 환율이 위기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식적으로 감세 실행이 결정되기 전인 지금 ‘일본은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트러스 쇼크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감세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중기 재정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감세 등 경제 대책을 내놓을 때 예산책임국(OBR)이 평가한 향후 5년 정도의 재정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트러스 정권은 이 절차를 무시했고, 이것이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견해가 강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영국뿐만 아니라 중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규모 감세는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구적인 ‘식품 소비세 제로’를 내건 야권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새로운 정부계 펀드 설립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연간 5조엔에 달하는 안정적 재원이 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2년간 식품 소비세 제로를 주장하는 다카이치 총리도 재원에 대해 “적자 국채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불확실하다.

감세와 세출 확대 양측을 고려한 국채 시장 반응을 주시하는 것도 필수다. 트러스 정권 경제 대책에는 감세에 더해 6개월 동안 600억파운드를 투입하는 에너지 가격 급등 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대규모 신규 국채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채의 안정적 소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초래했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는 지금 소비세 감세와 재정 확장 정책의 결합을 투자자가 수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일본 각 정당은 소비세 감세를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에 대한 지원’으로 규정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만약 감세가 엔화나 국채 급락을 초래하면 ‘사나에 쇼크’ 등으로 불릴 것”이라며 “그 고통은 추가 인플레이션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을 통해 고물가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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