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당연한 대응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순간 당황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커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수도 있다. 신고를 망설이거나 아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눈앞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곧바로 조치하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가 여럿 존재하는 것이다.디자인 침해 대응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작동한다. 누군가 패션기업의 소중한 자산인 디자인을 베끼거나 상표를 선점하고,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온 정체성을 훔쳐 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 기업들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이러한 침해는 즉각적인 피해보다 더 깊고, 오래도록 창작의 가치를 훼손하는 여파를 남긴다.
K패션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서는 모방과 권리 침해가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과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유사 디자인과 위조 상품이 빠르게 퍼진다. 해외에서 상표를 선출원해버리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기업은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하나의 디자인이 제품으로 이어지고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원, 몰입과 고민이 축적된다. 그럼에도 타인의 결과물을 훔쳐 오는 행위를 비용 절감이나 시간 단축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관행이 존재한다.
그래서 필자는 산업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지식재산권(IP)을 함께 언급한다. IP는 단순한 법률 항목이 아니다. 창작 과정의 정당한 보상과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면서, K패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타인의 결과물을 존중하고 가치를 지켜내는 태도는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최소한의 질서다. ‘베끼지 않고, 팔지 않고, 사지 않는다(Don’t copy, Don’t sell, Don’t buy)’는 그 질서를 실천하는 기준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패션협회는 패션 IP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무단 활용과 복제 유통, 그리고 브랜드 식별 요소를 둘러싼 분쟁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의해 국내 브랜드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장벽에 부딪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IP를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브랜드 경쟁력이 쉽게 흔들린다. 지식재산 관리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창작을 존중하는 산업으로 가기 위한 기본 인프라다.
K패션은 이미 세계 무대에 올라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확장의 속도가 아니라 기준의 단단함이다. 욕심을 버리고 양심에 기반해 지식재산을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 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가장 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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