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은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건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보다 구체화한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90분보다 두 배 가까이 긴 173분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찬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제, 정치, 외교안보 사안을 두고 실현 가능한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현실적 실용주의’ 접근은 성장의 근간이 되는 기업 활동에 두드러졌다. 최근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 주장을 겨냥해 “기업 배치 문제는 정치권에서 부탁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 이유로 기업 의사결정의 목적이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하고, 돈이 안 되면 아들, 딸내미가 부탁해도 안 한다”며 “경제적 유인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용수 등 클러스터 입지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나오는 지방 이전 요구가 정치 논리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방침으로 결정해놓은 것을 지금 와서 어떻게 뒤집느냐”며 “이건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건설 문제에서도 정치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념과 정쟁 관점에서 원전 정책을 펼 게 아니라 국민 여론에 기반한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며 “이념적으로 닫히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도 이 대통령은 실용과 현실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설명하며 “실용적 접근을 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북한의 핵 고도화 상황을 거론하며 “비핵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며 “아주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이재명’과 ‘대통령 이재명’의 판단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검찰개혁 정부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치는 자기주장을 하면 되지만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 행정은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대일 문제 언급에서도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강경 ‘반일(反日)’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켰던 것과 180도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영토 문제에 대해 “국내 여론 결집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익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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