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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환율 수준' 이례적 언급…시장 기대심리 꺾이나

입력 2026-01-21 17:43   수정 2026-01-22 01:12

원·달러 환율이 21일 오전 1480원대로 치솟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환율 관련 경고성 발언이 나온 직후 10원가량 급락했다. 이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 대통령 발언은 특정 환율 수준과 시점을 거론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환율 안정 대책이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환율 상승 기대 심리가 꺾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서학개미 등 해외투자 수요 등으로 고환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당국 개입보다 강한 대통령 경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6원80전 내린 1471원30전에 낮 시간대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2원30전 오른 1480원40전으로 출발해 개장 직후 1481원40전까지 올랐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촉발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께 이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이 나오면서 방향이 전환됐다. 이 대통령은 고환율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하고 환율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환율은 급락해 장중 한때 1467원70전까지 하락했다. 장중 변동 폭은 13원70전에 달했다. 통상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특정한 환율 수준 및 시점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날 이 대통령의 경고는 당국의 구두 개입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4457억원어치 순매수한 것도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
◇정부 환율 대책 연초부터 본격화
외환당국이 연초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난해 말 내놓은 환율 안정 대책의 실제 가동이 이달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내놓은 외화건전성 부담금 완화 조치와 한국은행의 외화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이 이달 시작된 데 이어 다음달 출시될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기대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가 양도세 부담 경감을 위해 RIA에 가입하면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도 중요한 변수로 언급된다. 국민연금은 다음주 기금운용위원회를 연다. 1월에 기금위가 열리는 것은 2021년 후 5년 만이다. 이례적으로 1월 기금위가 열리는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투자 비중 조정 등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해외 주식 비중을 낮추고,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결정을 한다면 달러 수급 쏠림이 큰 폭으로 진정될 수 있어서다. 이르면 1분기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에서 환헤지 확대나 기금운용 성과평가 방식을 달러 기준으로 바꾸는 조치 등이 나오면 이런 흐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선진국지수 편입도 환율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4월부터 11월까지 560억달러(약 82조원)의 WGBI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지금 환율 수준은 누가 어떤 모델로 봐도 높기 때문에 환율이 돌아올 거라고 말씀하신 것”이라며 “지금 환율 수준은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한 경우 환율이 조정됐을 때 충격이 올 수 있어 걱정”이라며 “조정될 때를 대비해 준비를 잘해둬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달러 수요 여전” 반론도
이 대통령과 당국의 환율 안정 기대에 대해 시장에서는 수급 쏠림이 여전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외환시장 딜러는 “‘환율이 1480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던 시장 분위기가 그린란드 위기 이후 ‘넘을 수 있다’로 바뀌었다”며 “이 대통령의 ‘1400원 안팎’ 발언은 시장의 수급 상황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패시브형 채권 펀드는 운용자산(AUM)의 90%를 환헤지한다는 논문이 있다”며 “총편입액의 10% 정도만 환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규/정영효/남정민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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