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1일 “4대 시중은행이 LTV를 장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며 담합행위 제재 결과를 발표했다. 명시적인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교환했다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개정 공정거래법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공정위는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점을 들어 은행들이 LTV 경쟁을 벌이지 않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은행들이 서로의 정보를 참고해 LTV를 낮게 유지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었고, 그 결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논리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4대 은행의 평균 LTV(60.52~63.26%)가 농협·기업·부산은행 평균(69.52%)보다 낮다는 점을 제시했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는 LTV가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리스크 관리 지표로만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 조건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LTV는 어디까지나 채권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리스크 지표”라며 “대출 조건을 좌우하는 것은 신용도와 현금흐름, 영업환경 등 차주의 경영·재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조건은 영업점 지점장이나 본부 대출 책임자의 전결 사항으로, LTV를 산정하는 부서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쟁을 회피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서도 영업 현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 시장에서는 매번 금리와 조건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일이 반복된다”며 “LTV를 담합해 경쟁하지 않았다는 해석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은행별 과징금 규모를 봐도 LTV가 가장 높았던 하나은행(63.26%)이 가장 많은 과징금(869억원)을 부과받았다. LTV를 공격적으로 적용해 온 은행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어서 공정위 논리가 스스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LTV가 제재 대상에서 빠진 점을 두고도 제재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한 선택적 판단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4대 은행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2720억원이 빠져나갈 뿐 아니라 이 금액의 여섯 배인 1조6320억원을 운영리스크로 인식해 10년간 위험가중치로 반영해야 한다.
김진성/하지은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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