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평균 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의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실외보다 최대 3.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 역시 실외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인간이 만들어 사용한 플라스틱이 마찰이나 자외선, 열 등 환경적 요인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된 극미세 입자를 말한다.
21일 연합뉴스는 최근 연세대 연구팀이 환경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연구 논문을 인용해 서울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부 공기에는 실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2022년 3월부터 1년간 서울 지하철역 3곳과 인근 실외 2곳, 서울 시내 주거 실내 공간 2곳에서 공기를 채취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지하철역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6.0∼121.3㎍/㎥, 초미세먼지(PM2.5)는 49.8∼58.1㎍/㎥로 측정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실외에서 측정된 PM10(22.6∼66.7㎍/㎥), PM2.5(29.3∼34.4㎍/㎥)보다 뚜렷하게 높은 수준이다.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국내 대기환경 기준을 1.5∼3.6배 초과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실내 주거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는 PM10 28.9∼93.2㎍/㎥, PM2.5 28.8∼36.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장시간 머무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연간 누적 노출량은 실내가 더 클 수 있지만, '시간당 폐에 침착되는 미세먼지 양'은 지하철이 가장 높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미세먼지에 결합해 공기 중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연구팀이 PM10에 결합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지하철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1㎥당 최대 5.94개에 달했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역에서는 2.68∼5.94개/㎥, 다른 역사에서는 1.93∼3.15개/㎥, 1.25∼3.45개/㎥ 수준이었다. 실내 주거 공간은 평균 1.98∼2.04개/㎥, 지하철 인근 실외 공기는 0.43~1.24개/㎥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지하철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실외보다 최대 3.7배 높은 이유는 외부 공기와의 자연 환기가 제한된 구조 때문"이라면서 "열차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레일·차륜 마찰, 제동 과정, 승객 의류에서 떨어지는 합성섬유, 실내 도장재 등에서 나온 오염원이 지하 공간에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측정된 농도를 바탕으로 인체 호흡기 침착량을 계산한 결과도 주목된다.
국제 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모델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한국 성인의 경우 평생 폐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폐 조직 1g당 평균 28.3개로, 이 가운데 폐포(가장 깊은 호흡 부위)에만 13.7개가 쌓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확장증, 폐암 환자의 폐 조직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 수치(0.56~3개)보다 5∼10배 많은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니켈, 크롬, 비소 등 발암성 중금속이 미세먼지와 함께 결합한 형태로 흡입되는 만큼,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통해 호흡기 질환과 암 위험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다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연구를 이끈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는 "스위스 등 지상 구간이 많은 해외 전철 시스템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처럼 깊은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은 구조적으로 공기 질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지하철 탑승 시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위해성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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