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2일 10: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자산의 운용사 교체(자산 이관)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다른 출자자(LP)들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에 자금을 맡긴 해외 LP들이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국민연금 발(發) ‘펀드런’ 우려가 시장에서 번지는 모습이다. ▶본지 2025년 11월25일자 <이지스 인수전에 배제된 연기금…"호주 랜드리스 ‘펀드런’ 남의 일 아냐"> 참고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에 출자한 유럽계 LP 한 곳은 최근 국내 대형 로펌에 센터필드 관련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센터필드 운용사 교체와 자산 이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해외 LP들로서는 핵심 LP인 국민연금의 자금 회수 여부와 그 여파가 곧 자신들이 맡긴 자금의 운용 안정성, 향후 펀드 조달 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로펌에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질의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질의의 핵심은 ‘자산 이관 추진’과 ‘매각 절차 진행’이 동시에 벌어지는 구조다. 국민연금이 자산 이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도 운용사(GP)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센터필드 매각을 병행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어떤 절차와 법적 쟁점이 따르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센터필드 매각을 추진하자 핵심 수익자인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은 모두 매각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두 기관은 운용사 측에 매각 중단 또는 자산 이관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만기 도래와 선관주의 의무 등을 이유로 매각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전날까지도 이지스자산운용 측 매각 자문사들은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구도는 국내 부동산 사모펀드 시장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핵심 LP가 자산 이관을 추진하는 경우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자산 이관이 추진되는 국면에서 GP가 매각 절차를 지속하는 흐름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출자자들 입장에서도 'LP가 이관을 추진하는데 GP가 매각을 진행하는' 구조가 낯선 만큼 권한 관계와 이해상충 여부, 향후 분쟁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로펌에 질의를 넣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금 회수 움직임은 이미 현실화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센터필드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다른 대형 자산들에 대해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운용사 교체 또는 회수 절차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센터필드 외에도 국민연금이 핵심 출자자로 참여한 대형 자산이 적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이 단독 수익자인 마곡 원그로브의 회수 시나리오가 먼저 거론된다.
국내 LP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캐피탈마켓(CM) 부문에는 최근 공제회와 연기금 등에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처럼 출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운용사 교체가 가능한지, 절차상 제약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10곳 안팎에서 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공공기관 자금 비중을 감안하면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2024년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AUM)은 31조5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공공기관 자금은 6조1020억원으로 전체의 약 19%에 해당한다. 기관별로는 국민연금이 2조6890억원(전체 AUM의 9%), 행정공제회가 2조2380억원(7%), 공무원연금이 1조1750억원(4%) 수준이다. 시장 평가액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잔액은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자금 동향도 변수다. 이지스자산운용 측 매각 자문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접촉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해외 출자자들은 “무엇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최종 결정을 포함해 향후 절차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자금 회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같은 핵심 LP의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운용사 교체와 자금 회수를 본격화하면, 공공기관과 해외 LP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자 구조를 재점검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 간 갈등이 단일 펀드 차원을 넘어 운용사의 신뢰와 조달 기반의 균열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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