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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부 임금 28억 못 줬다"…기아 노조 '초유의 상황'

입력 2026-01-22 15:41   수정 2026-01-22 15:52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대표 격인 기아자동차 노조가 '전임자(간부) 임금체불' 사태에 직면했다. 정년퇴직자 급증과 신규 채용 감소가 맞물리면서 조합원 수가 줄었고, 이는 조합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결국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재원까지 바닥난 것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제조업이 고령화·자동화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물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 기아차지부 전임자 임금 계좌 고갈..."28.1억 미지급"
22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가 발행한 소식지와 내부 공문에 따르면, 기아차지부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위해 별도로 운영해 온 이른바 ‘조합비2’ 계좌가 고갈되면서 재정 위기에 빠졌다. 조합비2는 노조 전임자 급여 전용 재원이다. 전임자는 근로 제공 의무를 면제받고 조합 활동을 전담하는 노조 간부 등을 말한다.

실제로 28대 집행부 상집 간부의 2025년 12월 성과급과 연·월차 수당이 미지급됐는데 그 금액만 약 14억1179만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성과급·연월차가 약 7억3679만원, 2025년도 연차수당(2027년 1월 지급분)이 약 6억7500만원이다. 현 집행부인 29대 상집간부 역시 2026년 2월 설 상여금부터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부가 추산한 29대 집행부 미지급 예상액은 약 14억1562만원으로, 모두 합치면 2025~2026년 전임자 임금 부족액은 총 28억1335만원에 이른다.

초유의 노조 간부 임금체불 사태의 원인은 고령화로 인한 퇴직자 증가다. 지부 측은 “정년퇴직자 증가로 조합원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합비 요율을 기존 1.2%에서 1.0%로 인하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매년 정년퇴직자가 약 2000여명씩 발생하지만 신규 채용은 연 300~500명 수준에 그친다. 정년이 넘긴 직원은 촉탁직 ‘1+1 계약'을 통해 퇴직을 62세까지 늦추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재직 조합원들이 반대 때문이다. 조합원 수가 구조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 기아노조 "전임자 수 줄인다"…금속노조에는 상납 조합비 조정 요청
노조도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현재 기아차지부는 현재 85명에 달하는 무급 전임자를 75명으로 10명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출직 임원 임금은 2026년 1월부터 1인당 월 400만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조합비2 부족으로 정상 지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기아차지부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상급단체에 올리는 조합비(분담금) 조정도 공식 요청했다. 지부는 지부장 명의의 공문에서 "정년퇴직자 증가에 따른 조합원수 급감으로 조합비2 예산이 부족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한시적으로라도 분담금 비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전임자 임금 지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에서는 조합활동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금속노조 산하 현대·기아·GM 등 기업 지부가 금속노조에 상납하는 분담금 비율이 지역지부 보다 높은데, 이를 지역지부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뜻이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지부 중 하나인 기아차지부의 재정난은 금속노조에게도 영향일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지부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합비2'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내부에서는 “결국 회사로부터 더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고령화로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 약화하나
고령화와 조합원수 감소는 비단 기아차지부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 5년간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매년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2680명이 회사를 떠나 최근 7년 중 가장 많은 정년퇴직자를 떠나보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직원 중 50대의 비중이 47.8%에 달한다. 지난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보고에 따르면 2024년 민주노총 산별노조 조합원 수는 98만7984명으로 2023년에 비해 2만2999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한 인력감소로 대기업 정규직 노조조차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방증”이라며 "자동화가 가속하면서 '조합비를 내지 않는' 로봇이 느는 데다 새로운 조직화 대상인 신입 채용까지 줄면서 조합 활동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추후 정규직·대기업 노조의 정년연장 투쟁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수는 노조의 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21일 법정 정년 연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부 대기업·정규직 노조 사이에선 볼멘 소리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등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위한 정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정년 연장이나 주4.5일제 도입처럼 정규직 노조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정부가 한발 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노조 간부는 "하청 노조가 별도 교섭이 가능해지면서 원청 노조의 교섭력이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라며 "원청 노조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년연장은 지지부진해 불만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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