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초의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는 ‘US/유타 필름 페스티벌(US/Utah Film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1978년 시작됐다. 이후 1981년 로버트 레드퍼드가 세운 ‘선댄스연구소’가 영화제의 리더십을 인계받으며 본격적으로 현재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선댄스는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켈리 라이카트를 포함해 미국을 대표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배출함과 동시에 독립영화라는 위치를 ‘메이저 혹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모든 영화’에서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탄생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우월한 영화’로 승격시켰다.
최근 10여 년간 선댄스 영화제는 미국의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립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며 꾸준한 성장과 확장을 이뤄왔다.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높은 위상을 갖춘 독립영화제다. 특히 22일 개막해 2월 1일까지 열리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는 작년에 타계한 레드퍼드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그가 출연한 첫 독립영화 ‘다운힐 레이서’(1969) 회고 상영을 포함해 다양한 레거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 부문, 특히 미국 극영화 경쟁 부문에는 손석구 배우가 주연한 작품을 포함해 눈에 띄는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선댄스 영화제가 열린 파크시티에 갈 수 없다면 이 영화들의 리뷰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하길!
‘베드포드 파크’는 스테파니 안 감독의 데뷔작이다. 안 감독은 단편영화 연출 그리고 다수 프로젝트의 편집자로 크레딧을 올린 바 있다. 한국 영화 제작사 바이포엠이 투자에 참여한 이번 작품은 무엇보다 손석구와 최희서의 조합으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영화의 세팅과 분위기로는 선댄스 영화제의 또 다른 화제작이었던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2023)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선댄스를 필두로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까지 석권한 전례의 전설을 이번 작품 역시 성취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주인공 역을 맡은 터투로는 미국 인디영화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 인디펜던트 시네마가 형성되던 시기 가장 활약한 배우이자 인디영화 거장과 코엔 형제의 ‘뮤즈’였다. 그는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1989)를 포함해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빅 르보우스키’ 등 다수 영화에서 주역을 담당했다. 이번 영화는 황금기를 지나 이제 70대로 향하는 배우 터투로의 실제 타임라인과 많은 면을 공유한다. 감독 노아 시건은 분명 터투로라는 배우의 광활한 삶과 시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소매치기 해리를 중첩해 이 영화를 제작했을 것이다. ‘뉴욕에 살아있는 유일한 소매치기’는 오랜 시간 쌓인 레드퍼드의 레거시를 기리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영화는 냉소적이지만 비범한 재능을 지닌 스키 선수 ‘데이비드 채플릿’(로버트 레드퍼드 분)이 우연히 팀에 합류해 올림픽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영화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눈부신 촬영과 실제 경기를 연상하게 하는 레이싱 장면들로 극찬받았다. 동시에 레드퍼드가 연기한 채플릿은 1960년대 미국 영화의 반영웅적 인물의 전형이면서도 미국 사회에 팽배한 야망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로저 이버트는 ‘다운힐 레이서’를 “스포츠 영화 중 역대 최고작이면서도 사실상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고 묘사하며 영화를 (미국 사회의) 완벽하고 비극적인 초상화라고 언급했다.
‘다운힐 레이서’는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35㎜ 필름 버전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눈 덮인 파크시티에서 알프스 설경을 배경으로 한 레드퍼드의 고전을 필름으로 보는 경험은 과연 어떤 것일까.
러브는 잘 알려진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포르노 잡지 ‘허슬러’ 창시자 래리 플린트를 그린 영화 ‘래리 플린트’(밀로스 포먼·1997)의 ‘알시아’ 역으로 골든글로브와 뉴욕 평론가협회 영화상 여우조연상 부문에 오른 배우이기도 하다. 그녀는 ‘래리 플린트’ 이후로 짐 캐리 주연의 ‘맨 온 더 문’(밀로스 포먼·1999), 릴리 테일러와 함께 출연한 독립영화 ‘줄리 존슨’(2001)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것은 러브처럼 문제적이면서도 그 재능을 충분히 (긴 시간) 인정받은 여성 뮤지션·배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러브는 마약과 스캔들 문제로 수십, 수백 차례 타블로이드 커버를 장식했지만 비슷한 사례로 침몰한 여배우, 여자 뮤지션과 달리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그에게 강력한 의지가 있었던 것과 더불어 무엇보다 그에게만큼은 영화와 광고, 음악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연 러브는 동시대에 크고 작은 이슈로 추락한 수많은 여성 뮤지션, 배우와 무엇이 달랐을까. 다큐멘터리 ‘안티헤로인’은 이 물음에 대한 갖가지 답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하다. 러브의 자백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백과 함께 말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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