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지수는 0.87% 오른 4952.5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019.54까지 뛰며 처음으로 5000 고지를 밟았다. 올해 들어서만 17.52% 급등했다.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1위다. 미국 S&P500지수(0.44%), 일본 닛케이225지수(6.6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88%) 등을 압도했다.
코스피지수는 불과 9개월 만에 2284에서 5000선까지 파죽지세로 치솟았다. 지난해 초 미국 관세 충격으로 흔들리던 코스피지수는 4월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섰고, 6월 ‘코스피 5000’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3000선을 다시 밟았다. 10월 27일 처음으로 4000을 돌파했고 3개월 만에 ‘오천피’ 시대를 열었다.
정부의 증시 선진화 정책과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주 급등세가 상승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체질 개선 정책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례 없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매서운 상승세로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날 삼성전자의 장중 고점 기준 시가총액은 1023조1385억원(우선주 포함)에 달했다. 국내 단일 기업 중 처음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조선, 방위산업, 원전, 자동차, 전력기기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도주가 등장하면서 국내 증시가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평가다.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된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5배로, 미국(22.19배) 중국(13.67배) 일본(16.31배) 유럽(16.37배) 등에 비해 낮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코스피 5000 시대’는 자본시장이 정상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 결과”라며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증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속세를 개편하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주역은 '기업 체력·정부 정책'
코스피지수는 1983년 기준 100으로 출범한 뒤 1989년 ‘3저(低) 호황’을 타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이후 30여 년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 속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지수가 280까지 폭락하며 큰 부침을 겪었다. 2007년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로 3000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코로나19 유동성 랠리와 ‘동학개미운동’ 덕에 코스피지수가 3300을 넘기도 했지만 반짝 상승 이후 다시 하락세를 탔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외부 변수에 따라 등락하는 ‘단기 이벤트 중심 시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의 증시 반전을 ‘기업 체력, 정부 정책, 거시 환경’이 종합적으로 뒷받침한 결과로 본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2000을 돌파한 이후 약 18년간 3200을 넘지 못했다. 이 기간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만년 저평가 상태였다.
반도체·조선 등은 경기 순환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인식이 강했고, 나머지 업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차이나 포비아’와 ‘피크 코리아’라는 위기감이 증시에 짙게 깔려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짓누른 관세 불확실성도 완화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고위급 회담을 추진 중이다. 후속 조치와 경제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가 단기 이벤트 중심의 박스권 시장에서 구조적 성장 시장으로 전환하는 초입 단계에 있다”며 “정책의 후속 조치 등이 실제로 증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맹진규/조아라/선한결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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