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마침내 코스피지수 5000을 찍었다. 18년째 ‘2000피’(코스피지수 2000선)에 갇혀 있던 한국 증시의 대반전이다. 1년 전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2500 안팎을 맴돌았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위기론과 미국발 고강도 관세 우려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이랬던 코스피지수가 어느새 박스권을 뚫고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그 배경으로 ‘K제조업’과 인공지능(AI)산업의 결합, 정부의 증시 선진화 정책,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금리 인하 등 대내외 여건 개선을 꼽았다.

코스피지수는 1983년 기준 100으로 출범한 뒤 1989년 ‘3저(低) 호황’을 타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이후 30여 년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 속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지수가 280까지 폭락하며 큰 부침을 겪었다. 2007년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로 3000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유동성 랠리와 ‘동학개미운동’ 덕에 코스피지수가 3300을 넘기도 했지만 반짝 상승 이후 다시 하락세를 탔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외부 변수에 따라 등락하는 ‘단기 이벤트 중심 시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금융투자업계는 최근의 증시 반전을 ‘기업 체력, 정부 정책, 거시 환경’이 종합적으로 뒷받침한 결과로 본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2000을 돌파한 이후 약 18년간 3200을 넘지 못했다. 이 기간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만년 저평가 상태였다.
반도체·조선 등은 경기 순환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인식이 강했고, 나머지 업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차이나 포비아’와 ‘피크 코리아’라는 위기감이 증시에 짙게 깔려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짓누른 관세 불확실성도 완화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고위급 회담을 추진 중이다. 후속 조치와 경제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가 단기 이벤트 중심의 박스권 시장에서 구조적 성장 시장으로 전환하는 초입 단계에 있다”며 “정책의 후속 조치 등이 실제로 증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조아라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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