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0.3%였다. 지난해 1분기 -0.2%를 기록한 뒤 세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역성장 폭도 2022년 4분기(-0.4%) 후 가장 컸다.
지난해 3분기 1.3%였던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증가율이 각각 0.3%, 0.6%로 둔화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3.9%, 1.8% 줄었다.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던 수출도 2.1% 감소했다. 수입은 천연가스 등의 수입이 감소하며 1.7% 줄었다.내수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였다. 두 항목이 모두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21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지난해 4분기 역성장한 이유에 대해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의 수출이 미국 관세 부과 여파로 둔화했고, 건설투자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3분기 1.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1%로 2024년 2.0%에 비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 호황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0.4%에 그쳤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성장 기여도가 0.6%포인트에 달해서다. 내수 위축이 길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투자 외환위기 이후 최악, 연간 성장률 1.4%P 끌어내려
지난해 성장률이 1.0%에 그친 것은 건설 부문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9.9% 감소했다. 2024년(-3.3%)보다 더 악화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2%) 후 27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공사비가 높아져 건설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울산 화력발전소와 신안산선 사고 등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사를 전면 중단하도록 한 조치가 도입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4%포인트로 집계됐다.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4%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나마 1%에 가까운 성장률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반도체 수출 호황 덕분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등 ICT산업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기여도는 0.4%포인트였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0.4%에 그쳤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수출만 떼어놓고 보면 기여도가 0.9%포인트에 달했다.
수출은 4.1% 증가하면서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4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국장은 “2~3분기 수출 물량이 늘었지만 4분기에는 가격만 오르고 물량이 줄어 수출이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자동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졌고, 기계장비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수요 부진과 관세 영향이 반영되면서 수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초 내놓은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2.0%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해 모든 기관이 성장세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며 “2% 안팎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올해 성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국장은 “올해 정부 예산이 작년보다 3.5% 늘어나면서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작년(0.5%포인트)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이 건설투자를 중립 수준까지는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공장이 증설되고 인공지능(AI)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예고되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면서 반도체산업을 제외하면 1.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지면 성장률이 2.0%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성장률이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진규/이광식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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