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보통주(901조5609억원)와 우선주(90조8180억원)를 합쳐 시가총액 1000조원 고지를 밟았다. 국내에서 ‘몸값’ 1000조원짜리 기업이 나온 건 1956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현 유가증권시장)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모든 상장사 가운데 16번째로 높다. 아시아에선 대만 TSMC와 중국 페트로차이나, 텐센트, 알리바바에 이어 5번째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에선 시총 1000조원 기업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붐이 부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총 순위는 16위로 올라섰다. 1년 전(39위)과 비교하면 23계단 뛰었다. 삼성전자 앞에는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와 에너지·보험·제약·유통·금융 등 각 분야 챔피언인 아람코, 벅셔해서웨이, 일라이릴리, 월마트, JP모간 등만 남았다. ‘신용카드의 제왕’ 비자와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등은 삼성전자 뒤에 섰다.삼성전자는 1975년 6월 상장 이후 50년간 몸값이 2720배 불었다. 위기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낸 덕분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말 한국통신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 들어선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워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수익을 갉아먹었던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잇달아 성과를 낸 것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로부터 23조원에 이르는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했고, 애플의 차세대 이미지센서 생산도 따냈다. 퀄컴과 파운드리 계약도 임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적 추정치가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어서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20조원으로 전년(43조5000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027년 영업이익도 120조원대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맥쿼리는 “메모리 부족 현상은 IT(정보기술) 공급망 전체를 압박할 정도로 심화되고 있으며, 2028년까지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의 전망이 들어맞으면 삼성전자 시총은 1000조원을 넘어 1500조원까지 커지며 ‘몸값 1조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1조달러 고지를 밟은 기업은 세계적으로 14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IB들이 제시한 SK하이닉스 목표가는 110만원 안팎이다. 이날 종가(75만5000원) 대비 상승 여력은 50%에 이른다. SK하이닉스 시총이 750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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