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I 기본법 시행과 동시에 1년 이상 계도기간을 두고 법 위반에 따른 사실 조사와 처벌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규제법 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우리보다 먼저 ‘AI 액트(Act)’라는 규제법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기업 우려 등을 반영해 전면 시행을 2027년 말로 늦췄다. 얼마간 부작용이 있더라도 산업 육성을 우선시하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지금은 시장 동향을 지켜보며 자율 규제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AI 기본법에서 우려되는 점은 경제적·산업적 파급력이 큰 ‘고영향 AI’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성 확보 규제다. 고영향 AI는 산업 혁신 효과가 가장 큰 영역으로 의료 진단부터 자율주행, 에너지 효율화 등을 포괄한다. 기술 파급력이 큰 이런 분야에 초기 단계부터 안전성 확보 규제를 들이대면 기술 고도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규제 탓에 자율주행과 의료 AI 스타트업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범 사업을 벌이는 곳이 드물지 않다.
법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글로벌 매출 1조원 이상 또는 국내 AI 서비스 매출 1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법 적용을 받도록 했지만, 앞서 미국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보듯 해외 기업에 국내법 적용은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 말대로 AI 기본법 적용을 규제가 아니라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겠다면 우선은 기업을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아예 규제 조항을 전면적으로 덜어내는 방안도 국회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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