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레이밴(Ray Ban)’이다. ‘광선(ray)을 차단(ban)한다’는 뜻이다. 우리 언론에는 대략 1960년대 들어 ‘라이방’이 등장하는데,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이들이 레이밴 선글라스를 ‘라이방’이라고 불러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콩글리시’다. 요즘 그 라이방이 다시 뜨고 있다. AI와 함께 그 인기가 부활한 셈이다. 이제는 멋보다 첨단 정보기기로 변신했다.
‘Ray Ban’은 요즘 표기로는 ‘레이밴’이지만, 그 원조 격인 ‘라이방’도 우리말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당연히 틀린 표기도 아니다.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오른 정식 단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테가 가는, 색깔이 있는 렌즈를 끼운 안경. 상품명에서 나온 말이다”로 풀이한다. 이 풀이는 우리말을 형성하는 수많은 어휘 가운데 특정의, 중요한 정보 하나를 알려준다. ‘라이방’이 ‘레이밴’과 달리 범용성을 띤 말로 굳어져 쓰인다는 사실이다. 원래 상품명, 즉 고유명사였던 말이 보통명사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우리말에도 이런 사례가 제법 있다. 삼립식품에서 1971년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끈 ‘호빵’이 대표적이다. 애초 ‘호호 불면서 먹는 빵’이라는 의미에서 ‘호빵’이라 이름 지은 상품명이 지금은 보통명사로 바뀌었다. 국어사전에선 이를 “밀가루 반죽 속에 팥이나 야채 따위의 소를 넣고 찜통이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쪄 먹는 빵. 상품명에서 유래하였다”라고 설명한다. “커피에 넣어 먹는 ‘크림(cream)’을 흔히 이르는 말”인 ‘프림’도 같은 사례다. 동서식품에서 상품화한‘프리마(Frima)’에서 온 말이다.
고유어 ‘수세미’도 마찬가지다. ‘수세미’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을 뜻하는데, 옛날엔 그 열매 속 섬유로 그릇을 닦았다. 그러다 오늘날엔 공장에서 만든 설거지 도구를 ‘수세미’라고 한다. 기존의 의미 외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져 그게 더 많이 쓰이는 경우다. 상표명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고유 의미가 확대돼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대표적인 우리말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