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55분께 인천공항 2터미널 B입국장.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된 한국인 범죄자 73명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가운데 캄보디아에서 120억 규모의 로맨스스캠 범죄를 주도한 '부부 사기단'도 차례로 입국장에 나타났다.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호송 차량에 올랐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태스크포스(TF)는 이날 전세기를 통해 강모씨(32)·안모씨(29) 부부를 국내로 압송했다. 범죄인 인도를 관할하는 법무부가 캄보디아 당국과 집요한 사법 공조를 이어간 끝에, 최초 검거 약 1년 만에 국내에서 수사받게 됐다.

강씨와 안씨는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성에게 접근한 뒤 연인 관계를 가장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104명, 피해액은 약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같은 해 6월 석방돼 논란이 됐다. 이후 눈과 코 성형수술을 받는 등 외모를 바꿔 도피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TF 소속 전성환 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부부는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교도소에서 풀려났고 성형수술 역시 해당 경찰관이 권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이들이 석방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현지 법무부 장관을 직접 면담해 부부를 다시 체포했다"며 "이후엔 현지 당국 관계자들과 10차례 이상 화상회의를 이어가며 송환 결정까지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캄보디아 현지 수용시설에서 수개월 간 구금돼 있었지만, 향후 국내에서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해당 기간은 형기에 산입되지 않는다. 전 검사는 "범죄인 인도를 위해 타국에서 구금돼 있던 시간은 현행법상 형벌로 보지 않기 때문에 형량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는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송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성별이 다른 만큼 유치장에 분리 수용 예정이며, 향후 구속될 경우에도 분리된 상태로 수용 생활을 하게 된다. 울산청은 이들이 현지에서 석방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피해자 단체 대표 이모씨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송환이라는 결과로 응답해 준 관계 부처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피해금 환수와 범죄수익 동결을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 나서 달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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