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CA협의체 조직을 대폭 슬림화한다. 지난 2년간 경영 쇄신과 거버넌스 정비를 이끌어온 CA협의체가 체계를 정비한 뒤 실행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CA협의체 조직을 기존 4개 위원회·2개 총괄·1개 단 체제에서 3개 실·4개 담당 체제로 개편한다고 23일 밝혔다. 조직 규모를 줄이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을 단순화해 그룹 차원의 전략 판단과 지원 기능에 집중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핵심은 그룹 단위 전략 기능을 ‘실’ 중심으로 재배치한 점이다. 신설되는 그룹투자전략실은 중장기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 그룹재무전략실은 재무 전략 수립과 자금 운용, 그룹인사전략실은 인사 제도 고도화와 인재 전략을 맡는다. 그룹투자전략실장은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룹재무전략실장은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각 겸임한다. 그룹인사전략실은 황태선 실장이 이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홍보(PR), 대관(PA), 준법경영 등 그룹 차원의 공통 기능은 담당체제로 정리됐다. 권대열 그룹ESG담당, 이나리 그룹PR담당, 이연재 그룹PA담당, 정종욱 그룹준법경영담당이 각 영역의 방향 설정과 계열사 조율을 맡는다.
이번 개편은 CA협의체가 출범 이후 수행해온 역할의 연장선에 있다. CA협의체는 2024년 1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정신아 대표가 공동 의장을 맡아 공식 출범한 이후 그룹 차원의 독립 기구로 전략 방향 설정과 계열사 간 이해관계 조율을 담당해왔다. 빠른 외형 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거버넌스 논란을 수습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CA협의체는 전략·ESG·책임경영 등 위원회 체계를 통해 기능을 전문화하고, 투자·지배구조 관련 의사결정에 사전 리스크 점검 절차를 도입했다. 준법과신뢰위원회와의 연계를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논란, 임원 책임 문제에 대한 선제 대응 체계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진이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점도 주목받았다. 2024년과 2025년 두 해 동안 임원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약 9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 성과도 가시화됐다. CA협의체는 비핵심 계열사 정리를 통해 그룹 구조를 단순화했다. 2023년 147개에 달하던 계열사 수는 지난해 94개로 줄어 2년여 만에 약 35% 감소했다.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AI 중심 체질 개선 역시 CA협의체 주도로 추진됐다. 카카오는 ‘AI 대전환’을 그룹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인재 채용과 업무 방식을 재편했다. 지난해 9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단위 신입 공채를 실시해 AI 인재 확보에 나섰고, 사내 AI 실험과 협업 문화 확산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외부적으로는 4대 과학기술원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AI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투자, 지역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경영 쇄신 국면에서 정비 중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 뒤 실행과 속도를 중시하는 구조로 넘어가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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