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부터 IT, AI, 미래 기술까지 ... 평소 접하기 어렵고 다소 재미없다 느껴졌던 '테크 세계' 뒷이야기를 친근하게 '썰 풀듯' 풀어주는 기자코너입니다. 평소 필자가 취재 현장을 뛰며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네이버클라우드, NC AI, 카카오에 이어 KT까지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 추가 모집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기업이자 마지막 '믿을 구석'이었던 KT까지 발을 빼버린 겁니다.
업계선 지난 23일 KT까지 재도전을 포기하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정부 주도 사업에 '손절'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과기정통부의 최대 AI 사업이 꼬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도로 이뤄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공모전은 올해 정부가 가장 밀고 있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참가 신청서를 낼 만큼 정부는 홍보에도 열을 올렸죠.
재도전으로 꼬여버린 정부의 '큰 그림'
정부의 '큰 그림'이 어그러진 건 지난 15일 1차 평가를 통과한 기업을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본선에 진출한 5개 정예팀 중 당초 1개 팀이 탈락했어야 하지만, 정부가 '소버린 AI'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을 후보에서 퇴출시키며 1석이 비게 된 거죠. 3개 팀으로 경쟁을 하는 대신 정부는 '재도전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정부는 15일 본선 무대에 입장하지 못하고 탈락한 기업들과 한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기업, 심지어 퇴출시킨 네이버클라우드와 탈락한 NC AI에도 재도전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당초 본선 5개 팀에 들지 못한 카카오와 KT 등 굵직한 기업들에 재도전이라는 '미끼'를 던진 셈입니다.
하지만 네이버클라우드는 탈락하자마자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아쉬움이 가장 클 법한 NC AI도 탈락 다음날 재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짜놓은 플랜은 그 지점부터 꼬인 셈이죠.
당초 재도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점쳐졌던 카카오 또한 이 사업을 외면했습니다. 공고 다음날인 16일 즉시 재도전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발을 빼버린 겁니다.
'네카오', NC에 외면당한 정부의 '최후의 보루'는 KT였습니다.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고 과거 공기업이었던 KT가 정부 사업에 재입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겁니다. 업계의 시각으로는 KT가 본선 직전 한 번 고배를 마셨는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LG AI연구원 컨소시엄) 등 경쟁사가 이미 사업에 들어와 있는지라 더욱 정부 사업에 간절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KT도 지난 23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추가 모집 정식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추가 정예팀 선발을 위한 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와 함께 "그간 축적해 온 AI·네트워크·데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AI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자체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업계선 KT가 내놓은 입장을 두고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대신 다른 AI 사업을 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럴 줄 몰랐나? ... '낙동강 오리알' 된 독파모
KT도 다른 굵직한 주자들이 줄줄이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자 내부 검토 후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정식으로 추가 모집 공고를 낸 직후 도전 포기 의사를 밝힌 배경에도 '더 이상 답변을 회피할 수 없다'는 내부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실제 KT는 약 일주일간 '독파모' 재도전 관련 질문에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기업이 이런 답변을 내놓는 데에는 "들어갈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죠.
사실 업계선 정부가 '재도전'을 말할 때 이미 '낙동강 오리알'이 될 걸 예측했습니다. 1차에 붙은 기업도 김이 새는데다 새로 입장할 기업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이유였죠. 새로 입장하는 기업은 기존 3개팀보다 1개월이나 더 늦게 2차 평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는 "재도전 팀에게 동일한 규모의 인프라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카카오와 KT 등 이미 모든 걸 갖춘 기업이 정부 인프라가 '진짜' 필요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부가 이미 떨어진 기업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습니다. KT와 카카오는 재입장하는 이상 무조건 최종 2개 팀에는 이름을 올려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다. '두 번 떨어졌다'는 꼬리표를 다는 게 기업으로서는 가장 창피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만일 정부가 "재입장한 기업에게 무조건 합격을 시켜주겠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에게 '역차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뒤에서 출발한 기업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 혹은 남은 기업들로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지, '믿는 구석'에 외면당한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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