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부동산 개발과 건축이라는 긴 여정에서 건축주가 마주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흔히 자금 조달이나 건축설계의 미비함을 떠올리지만, 실무 현장에서 건축주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다름 아닌 ‘시공사와의 끝없는 분쟁’이라고 합니다.
초기에는 “다 알아서 잘해주겠다”는 시공사의 말을 믿고 웃으며 악수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1) 공사비 증액 요구, (2) 공기 지연, (3) 하자 책임 회피 등으로 관계가 악화되어 소송으로 이어지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불명확한 계약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건축주 분들께서 소중한 자산과 건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안전한 건축 도급 계약’의 실무 전략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 도급 계약서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믿는 도구
많은 건축주 분들께서는 시공사 대표의 경력이나 지인의 소개만으로 계약을 서두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건축은 수많은 공종(공사의 종류)과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프로세스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본인에게 유리하게 왜곡되기 마련이며, 현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구두 약속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계약서는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닙니다. 분쟁 발생 시 건축주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자, 강제성을 가진 법적 집행 도구입니다.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기보다는 계약서라는 견고한 시스템을 통해 공사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환경을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계약대로 이행하면 승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명확한 원칙이 바로 성공적인 건축의 출발점입니다.
2. 표준도급계약서 활용과 한계 극복 방안
민간 공사에서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기본 양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이 검증한 양식으로 신뢰도가 높으며,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규정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표준’이므로 개별 현장의 특수성이나 건축주의 세부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표준 계약서 본문에는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또는 “합의에 따른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실무적으로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협의가 필요한 부분을 계약 시점에 ‘확정된 문구’로 전환하고, 다음 서류를 부속 서류로 반드시 첨부해야 합니다.
① 설계도서 및 산출내역서: 무엇을(도면), 어떤 수준으로(시방서), 얼마에(내역서) 지을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내역서가 없는 통포괄 계약은 변경 계약 시 기준점이 없어 건축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② 공정표 및 착공 신고서: “언제까지 짓겠다”는 막연한 약속이 아닌, 각 공정별 투입 인력과 장비 계획이 포함된 상세 예정공정표를 첨부해야 합니다.
특히 착공신고서상의 실제 착공일로부터 계산되는 공기 준수 여부는 지체상금 청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3. 갈등의 핵심을 잡는 ‘특약사항’의 디테일
도급 계약의 핵심은 ‘특약(특기사항)’에 있습니다. 표준 계약서가 담지 못한 현장별 특수 규칙을 여기에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두 가지는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① 자재 사양과 문서 우선순위 명확화: 공사 중 설계도면과 자재 사양서(시방서)가 충돌할 경우,
“사양서를 우선한다” 또는 “축척이 큰 상세 도면을 우선한다”는 규정을 특약에 명시해야 합니다.
② 문서 관리 의무화와 통지 방법 확정: 현장에서 주고받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구두 지시가 추후 법적 효력을 가질지 논란이 많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중요 지시와 합의는 서면 통지만을 정식 문서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거나, 반대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계약 문서의 일부로 본다”는 특약을 삽입해 소통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4. 불공정 특약의 함정: 과유불급의 원칙
건축주 입장에서 유리한 조항만 가득 채운다고 해서 완벽한 계약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이나 하도급법 등 상위 법령에 위반되는 ‘과도하게 불공정한 특약’은 분쟁 시 법원에서 ‘무효’ 처리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o 설계 변경 시 공사비 증액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
o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손해를 시공사가 전액 부담한다는 조항
o 지체상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법적 한도를 초과해 과도하게 책정하는 조항
공정한 계약이란 리스크를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의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규정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5. 보증서 확인: 계약의 완성
아무리 계약서를 잘 작성해도 시공사가 부도나거나 공사를 포기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이때 건축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이 계약이행보증, 선급금보증, 하자보수보증 등의 보증서입니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해당 보증서가 정상적으로 발행되었는지, 보증 금액과 기간이 적절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종이 계약’에 ‘금전적 담보’를 입히는 최종 절차입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가치 상승은 건물을 올리는 기술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을 관리하는 기술에서 판가름납니다.
견고한 도급 계약서는 시공사를 압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시공사가 안심하고 공사에만 전념하도록 돕는 ‘신뢰의 가이드라인’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분쟁의 씨앗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현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특약이 포함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계약서 한 장이 여러분의 수억 원, 수십억 원의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가성비 높은 보험이 될 것입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디벨로퍼 & 공인중개사 & 법원경매 매수신청 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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