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전 증여나 사후 상속을 통해 자녀에게 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재산의 종류와 거래 순서에 따라 세액 차이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모든 재산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대상이 된다. 현실적으로는 금융재산과 부동산이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둘의 과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금융재산은 시가가 투명하게 노출돼 절세 여지가 적은 반면 부동산은 별도의 ‘재산평가’ 절차를 거쳐 과세표준을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실거래가보다 낮은 기준시가나 감정가액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런 평가상의 이점 외에도 우리 세법의 구조적 특성상 부동산 상태로 상속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15년 전 20억원에 취득한 부동산이 현재 100억원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부친이 이를 100억원에 양도한 뒤 현금을 상속하는 경우와 부동산 상태로 상속한 뒤 자녀가 양도하는 경우의 세금은 어떻게 다를까? 경제적 실질은 100억원의 가치를 자녀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동일하지만, 세금 계산서는 확연히 달라진다.
먼저 양도 후 상속하는 경우다. 부친은 보유 기간 발생한 차익 80억원(100억원-20억원)에 대해 약 27억원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후 세후 현금 73억원에 대해 상속세 약 27억5000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면 총 세금은 약 54억5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부동산을 시세대로 상속받은 뒤 자녀가 즉시 양도하는 경우다. 자녀는 상속 당시 신고가액인 100억원에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100억원에 팔더라도 양도 차익이 ‘0원’이 돼 양도세는 발생하지 않고, 상속세(약 41억6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약 13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이는 상속받은 재산을 양도할 때 상속 개시 당시의 평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해주는 세법 규정 덕분이다. 즉 부친의 보유 기간 쌓인 부동산 자본이득(80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상속 과정을 거치며 비과세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신규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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