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성장률이 올해 1.0%를 기록할 것이란 일본은행 전망이 나왔다. 애초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조기 총선거로 중의원(하원)에서 집권 자민당 의석을 늘려 ‘적극 재정’ 정책을 더욱 밀어붙일 방침이다.
일본은행은 23일 발표한 ‘경제·물가 전망 리포트’에서 작년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작년 10월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해와 올해 모두 0.7%로 전망했지만 이번엔 각각 0.9%, 1.0%로 높였다. 정부의 경제 대책에 따른 경기 상승 효과와 직전 전망 때보다 견조한 세계 경제를 반영한 수치다.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18조3034억엔)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은행은 추경에 따른 개인 소비 및 기업 설비투자 증대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의 견조함과 엔저에 따른 수출 증가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이다. 일본은행은 “소득에서 지출로의 긍정적인 순환 메커니즘이 점차 강화해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정상화 일환으로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국채 매입을 다시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채 금리와 관련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평소와 다른 예외적 상황에서 기동적으로 오퍼레이션(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개시장 조작 시행 땐 “정부와 긴밀히 연락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을 1.9%로 전망했다. 임금 인상 지속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직전 전망치(1.8%)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는 연 0.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만큼 당분간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금리가 여전히 낮은 점을 고려해 경제·물가 상황이 개선되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우에다 총재는 “정책금리를 인상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간다는 기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중의원 해산부터 선거까지 기간은 전후(戰後) 가장 짧은 16일에 불과하다. 여야는 모두 소비세 감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은 2년간 식품 소비세율(8%)을 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식품 소비세율을 영구적으로 ‘제로(0)’로 인하할 것을 약속했다.
일본에서 소비세는 사회보장의 주요 재원이다. 소비세율을 0%로 낮추면 연간 5조엔가량 세수에 구멍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여야 모두 뾰족한 재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 악화 우려에 지난 20일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215%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연 4%를 넘어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이 엔저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재정 악화 우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재정 규율 논의는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 급등에 대응해 일본은행이 다시 국채 매입을 늘리면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우에다 총재 기자회견 뒤 엔화는 달러당 159엔대까지 떨어졌다. 엔저는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는 일본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이르면 4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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