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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대출규제 안먹히자…李, 최후수단 '세금 카드' 꺼냈다

입력 2026-01-23 17:48   수정 2026-01-24 01:16


다주택자에게 더 높은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중과 제도가 4년 만에 재개된다. 집을 한 채만 보유해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면 해당 주택의 세(稅)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된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불린 세금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1월 5일자 A1, 5면 참조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SNS에 쓴 글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2022년 5월 10일 양도분부터 배제해왔다. 하지만 오는 5월 10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고, 이후 규제지역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최대 30%포인트(3주택 이상)의 가산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한 실효세율은 최고 82.5%에 이른다. 이들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집을 팔 생각이 있는 다주택자는 5월 전에 팔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월세를 살면서 다른 지역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한 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방식)로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건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당장 세제를 고칠 건 아니지만 토론해봐야 할 주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안 잡는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집값 정책 및 향후 발표가 예고된 공급 대책만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울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도 “집을 새로 짓는 데 한계가 있다”며 “주택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추가적인 부동산 세제 관련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세금을 부동산 규제 수단으로 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고 했다.

다주택자 넘어 '1주택 갭투자'도 겨냥…선거前 집값 잡기 총력전
다주택자 稅 부담 증가 불만보다 집값 잡는게 선거에 유리 판단한듯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은 작년 말부터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 ‘1년 유예’ 표현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재경부 세제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유예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는 정치적 부담을 지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5월 9일 만기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리며 쐐기를 박았다. 이뿐만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도 투자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갭투자자까지 정조준했다. 세 부담 확대에 따른 다주택자의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집값을 잡는 게 6월 선거에 더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100만 명 직격탄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규제지역 내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세율은 82.5%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실질적인 세 부담은 더 커진다. 현재는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도권 다주택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의 다주택자는 2024년 기준 37만2000명이다. 경기 지역 다주택자는 56만1000명인데, 이 중 상당수가 규제지역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똘똘한 한 채 보유자도 셈법 복잡해져
그동안 부동산 세금에서 주로 수혜자이던 1주택자도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투자·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서다. 현행 제도상 주택 거래를 거주용과 투자용으로 명확히 구분할 기준은 없지만, 주택담보대출이나 본인 자금으로 매입한 경우는 거주용, 임대보증금을 승계하는 ‘갭투자’ 방식은 투자용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5월 서울에서 임대보증금을 승계한 거래 비중은 40.7%에 달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실제로 폐지될 경우 세 부담이 약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경제신문이 국세청 홈택스 모의계산기를 통해 계산한 결과 10년 전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7억원에 매입해 2년만 실거주하고 올해 25억원에 집을 파는 경우 공제를 받지 못하면 양도세가 1억68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불어난다. 현재는 4억8400만원인 과세표준이 8억5900만원으로 뛰면서 적용 세율도 40%에서 42%로 오르는 탓이다.
◇정치적 부담 커 절충안 논의될 수도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전면 폐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녀 교육이나 생업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옮긴 경우까지 투기 세력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맹자(자녀)를 위해 집을 세 번 옮긴 맹모(어머니)도 투기꾼이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에 비해 정치적으로 훨씬 더 부담스러운 세제 개편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슈를 제기한 이 대통령도 X에 올린 글에서 “당장 세제를 고칠 사안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세제가 개편되더라도 절충안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도 이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1주택자 증세’라는 비판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한재영/이광식/정영효/유오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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