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임원들이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기 위해 직원이 머무르는 사택 문을 개방해 들이닥쳐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해고 절차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공사현장 안전관리자였던 이 직원은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무단 결근을 일삼고 업무용 자동차를 반납하지 않다 해고되자 불복 절차를 밟았다. B씨는 2019년 1월 A사에 입사해 공사현장 안전과장으로 안전관리자 업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그는 약 5개월 만인 같은 해 6월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A사는 같은 달 말 B씨를 해고했다. A사가 꼽은 해고 사유는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 △안전관리자 자격 확인 서류 미제출·허위 정보 고지 △사전 승인 없이 안전물품 구매 △임의 이석·무단 결근 등 근태 불량 △업무용 차 반납 지시 불응·직상급자 업무상 지시 무시 등 조직질서 문란 행위 등 5가지다.
B씨는 A사가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 해고통보서를 주지 않았다면서 절차가 위법해 해고 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A사는 B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인사위원회 출석통지서를 이메일·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양측 간 갈등이 폭발했던 때는 해고통보서를 전달하던 순간이다. A사는 해고통보서를 전달하기 위해 B씨가 머무르는 사택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B씨는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B씨와 만나기로 했던 A사 소속 이사 2명은 그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결국 사택으로 향했다.
이들은 임대인에게 부탁해 사택 문을 마스터키로 열었다. B씨는 이들을 보고 놀라면서 급히 현관문을 닫으려 했다. 이때 한 이사가 현관문 사이에 발을 넣고 문을 닫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면서 해고통보서를 B씨에게 전달했고 이 과정을 동행했던 다른 이사에게 사진 촬영하도록 부탁했다.
문틈으로 발을 넣었던 이사는 주거침입죄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고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회사 이사가 주거침입죄로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해고 과정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주거침입 등)에 의하면 B씨에게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 해고통보서가 교부됐거나 A사가 이를 교부하려 했는데도 B씨가 이를 임의로 수령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원은 노동위원회 판정 과정에서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은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해고 사유로 봤다. B씨가 회사 요청에도 언전관리자 자격사항을 알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직무상 지시를 거부한 행위로 규정했다. 또 인사기록카드상 비상연락처엔 엉뚱한 번호를 적었다. 이는 안전관리자에 대한 비상연락 등을 어렵게 하는 허위 정보 고지로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이에 관해 "B씨는 재난 안전통신망 1단계 공사 현장 안전관리자였던 만큼 B씨의 비상연락처는 긴급한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A사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신뢰 관계는 물론 산업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대기발령을 염두에 둔 이사가 운전 미숙, 휴일간 업무용 차 미반납 등을 이유로 들면서 반납을 요청하자 그를 밀치고 현장을 벗어나려고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직원들이 제지하자 B씨는 안전모를 던지고 휘두르면서 고함을 지르고 업무용 차 반납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B씨의 비위 행위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A사의 정당한 업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단으로 근무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직장 내 질서를 현저히 위협하는 행위"라며 "A사 취업규칙상 해고보다 가벼운 징계 처분만으로는 직장 질서를 회복하고 B씨가 정상적으로 근무에 임하도록 할 수 없어 더 이상은 B씨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A사의 판단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이달 중순 상고장을 제출했다. A사는 B씨가 노동위원회로 달려간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소 7년 동안 법적 분쟁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B씨의 해고가 적법한지 여부는 대법원 최종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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