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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박영실 칼럼]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었던 여자

입력 2026-01-27 16:46   수정 2026-01-27 16:47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로 꼽히는 기업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드롭아웃을 최근에 인상깊게 봤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례는 이미지브랜딩 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나 그 설계가 인간의 본질을 압도해버린 주객전도의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기제와 브랜딩 전략을 분석한다.

페르소나 설계의 배경: 결핍을 감추기 위한 갑옷<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엘리자베스 홈즈가 실리콘밸리에 등장했을 때, 그녀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창업가의 조건과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너무 어렸고, 여성이었으며, 의학적 전문성이 부족했다.

이미지 브랜딩의 시작점은 타겟 오디언스(투자자, 미디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간파하고, 자신의 약점인 젊음과 성별을 가리기 위해 천재라는 갑옷을 입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거친 비즈니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녀에게 브랜딩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위장이었다.

시각적 기호학: 효율성과 아이콘화 전략<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그녀의 시각적 이미지는 철저하게 계산된 기호들로 채워져 있다.

검은 터틀넥의 유니폼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행위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줄이고 일에만 집중하는 금욕적인 수도사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나는 겉치레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만큼 위대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꾸미지 않은 외모와 헝클어진 머리
보통의 여성 CEO들이 세련된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의도적으로 촌스럽거나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고수했다. 이는 외모를 가꾸는 것을 사치로 여기는 공학자의 전형(Archetype)을 차용함으로써, 자신을 여성이 아닌 중성적인 기술자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응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뚫어질 듯한 눈빛은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신의 확신을 주입하려는 의도였다. 심리학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적을수록 강한 집중력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이는 거짓이 탄로 날까 두려워 자신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통제하려 했던 과잉 통제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청각적 브랜딩: 권위의 확보와 젠더 편견의 극복<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홈즈 브랜딩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목소리다. 그녀는 본래의 얇고 높은 목소리 대신, 인위적으로 굵고 낮은 바리톤 목소리를 냈다.

인간의 뇌는 진화론적으로 낮고 굵은 목소리에서 리더십, 신뢰, 권위를 느낀다. 특히 보수적인 남성 위주의 이사회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젊은 여성의 높은 목소리는 경험 부족이나 감정적인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홈즈는 이 생물학적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성대를 억지로 눌러가며 남성적인 중후함을 연기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깊은 자존감의 상처를 보여준다.

스토리텔링: 공포와 구원 서사<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그녀는 사람들의 이성이 아닌 감정을 공략하는 스토리텔링의 귀재였다.

페인 포인트(Pain Point)의 자극바늘에 대한 공포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진 원초적인 두려움이다. 그녀는 피 한 방울로 모든 병을 진단한다는 기술을 내세워, 이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겠다는 구원자(Savior) 서사를 만들었다.

그녀는 기술적 원리(How)를 설명하는 대신,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Why)에 집중했다. '헬스케어는 인권이다'라는 그녀의 슬로건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수익을 좇는 장사꾼이 아니라 인류애에 기여하는 후원자가 된 듯한 도덕적 만족감을 주었다. 이는 기술의 실체가 없음을 가리는 효과적인 연막이었다.


자아가 소멸된 브랜딩의 비극<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례를 이미지 브랜딩 관점에서 요약하자면, 브랜드의 이미지(Image)가 브랜드의 실체(Reality)를 완전히 집어삼킨 경우다.

보통의 퍼스널 브랜딩은 내 안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표현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홈즈는 내 안의 내가 아닌, 세상이 원하는 허상을 가져와 자신에게 덧씌웠다. Fake it till you make it(성공할 때까지 척하라)이라는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맹신한 나머지, 연기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리플리 증후군 상태에 빠졌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만든 완벽한 페르소나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했고, 그 거짓말이 거대한 감옥이 되어 자신을 가뒀다. 이미지 브랜딩 전문가로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성(Authenticity) 없는 이미지는 모래 위에 지은 성이며, 리더의 브랜딩은 결핍을 감추는 가면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실력을 담는 투명한 그릇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겸임교수
명지대학교 이미지코칭교육 겸임교수
[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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