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조원 규모의 세금 납부가 걸린 한국오라클과 국세청 간 법인세 소송이 대법원 판단으로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국세청이 승소한 1심과 달리 오라클이 2심에서 이기면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아일랜드에 조세회피 회사를 두는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구조에 대해 대법원이 명시적인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의 한국 법인인 한국오라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라클 본사와 소프트웨어 사용 계약을 맺고 라이선스 대가를 지급해왔다. 그런데 2007년 오라클 본사는 아일랜드에 '오라클서비스'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주요 유통업체로 지정한 뒤, 본사가 가진 법적·경제적 권한을 모두 이전했다. 이후 2008년부터 한국오라클도 라이선스 수수료를 자연스럽게 아일랜드 법인에 지급했다.

문제는 기존에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15% 원천징수되던 법인세가 0%가 됐다는 점이다.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상 우리나라에서 아일랜드 법인으로 지급되는 소득은 아일랜드에서만 과세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이 2008~2014년 아일랜드 법인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사용료 소득은 1조9000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한국오라클이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이 활용하는 '더블 아이리시'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미 조세조약상의 세율인 15%를 적용해 약 31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은 오라클이 아일랜드 법인에 사용료 소득을 지급한 후, 그 자금의 98.5%를 룩셈부르크 법인에, 이후 다시 99.85%를 별도 아일랜드 법인에 보낸 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맨섬으로 자금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은 2017년부터 분쟁에 돌입했다.
국세청은 아일랜드 법인이 룩셈부르크 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소득 대부분을 넘겨야 하므로, 실질적 권한이 없는 도관이라 본다.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도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일랜드 법인은 소득의 98.5%를 룩셈부르크 법인에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오라클은 룩셈부르크 법인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게 된 이유나 경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아일랜드 법인이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는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법인 간의 계약은 아일랜드 법인이 라이선스 및 지원 수익의 1.5%를 세후 영업이익으로 보장받는 구조이지, 소득의 98.5%를 단순히 지급하는 방식은 아니다"고 했다. 또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두고 500명 이상의 임직원을 고용하는 등 실질적인 영업 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한국오라클과 국세청 간 동일 쟁점 사건의 운명도 함께 결정될 전망이다. 분쟁 중인 전체 세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양측은 2017년부터 7건의 소송에서 맞붙었고, 대법원으로 올라간 이번 사건은 이 중 3개가 병합됐다. 나머지 4건은 하급심 계류 중이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1293억원, 1109억원 규모로 2건이,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 2292억원, 2203억원 규모로 2건이 계류 중이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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