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 10여 개 부처가 동시다발적인 고강도 조사에 들어가자 쿠팡 본사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고 노조가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25일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 등 정보 유출 사고 주무 기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서울본부세관 등 10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쿠팡에 투입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백 명의 조사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 서울 잠실동 쿠팡 본사가 ‘미니 세종시’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 부처의 4분의 1이 단일 기업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상황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과거 불법 비자금이나 대규모 자금 조작 의혹이 제기된 대기업에 사법·금융당국이 투입된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경영 전반을 전 부처가 망라해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공정위 조사는 당초 예상한 2주를 넘겨 3주 차로 접어들며 장기화하고 있다. 시장감시국,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조사관리관 산하 3개 국에서 3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 업체의 인기 상품 데이터를 이용해 비슷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거나 직매입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했다는 이른바 ‘가로채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큰 것과 무관치 않다. 쿠팡은 청문회 당시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셀프 조사’ 의혹, 산업재해 은폐 및 로비 의혹 등이 겹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조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자금 조성 등 반윤리적 행위가 아닌 보안 사고 조사에 10여 개 부처가 총동원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이다.
조사 범위는 총수 지정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는 김범석 미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기 위해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총수 지정 여부는 오는 5월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 속에 쿠팡의 고용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지난달 5000명 이상의 직원이 무급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인력 또한 한 달 새 1400명가량 줄어드는 등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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