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스웨덴에서 지난 21일 공개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60’는 차세대 차량용 통합 제어 장치인 ‘휴긴코어’를 탑재했다. 휴긴코어는 SDV로 설계된 EX60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반응하도록 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다. 장치에는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과 초당 250조 번 이상의 연산이 가능한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 칩셋’이 들어갔다. 차량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구글 ‘제미나이’도 내장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처음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는 엔비디아가 개발했다. 알파마요는 차량 센서와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주행 결정을 내린다. 벤츠는 올해 1분기 북미 시장에 출시할 준중형 세단 ‘CLA’에 알파마요를 처음 적용하고 향후 전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량에 구글 제미나이를 기본 적용하기로 했으며, 지난 8일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엘리트’를 차세대 SDV 아키텍처로 채택한 폭스바겐은 다른 빅테크들과도 손잡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회사들이 빅테크와 손을 잡는 이유는 ‘비용’과 ‘시간’이다. 당초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도 자체 개발하려고 했지만, 여기엔 전문 인력과 수십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전기차 개발 등에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자동차 회사들이 빅테크의 검증된 플랫폼을 활용하고 나선 이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플랫폼 도입은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신뢰성을 빠른 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했다.
이와 함께 차량 내부를 ‘제3의 생활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트렌드도 이런 움직임을 거들고 있다.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선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생태계를 차량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독자 노선을 걷되 핵심 인프라는 외부와 협력하는 ‘병행 전략’을 택했다. 현대차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인 ‘아트리아 AI’와 전용 운영체제(OS) ‘플레오스’를 개발 중이다. 아트리아 AI는 2027년 말 양산차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센터와 추론칩에선 엔비디아와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일 퀄컴과 SDV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드웨어와 인프라는 빅테크의 힘을 빌리되 핵심 알고리즘은 직접 챙기는 구조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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