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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오천피' 환호성에 묻힌 경고음

입력 2026-01-25 17:28   수정 2026-01-26 00:15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증시는 1년 이상 오르는 장기 랠리를 다섯 번 경험했다. 1차 랠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에 걸쳐 이어졌다. 400 언저리에 있던 코스피지수는 오르고 올라 사상 처음 2000을 터치했다. 이후 한동안 급락했다가 2009년부터 2년간 2차 랠리를 펼치며 2000선을 재탈환했다. 다시 수년간 부침을 겪은 증시는 2016~2018년 랠리로 2500을 뚫었고, 2020~2021년에는 동학개미들의 주도로 3000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금의 가파른 상승장이 다섯 번째다.

앞서 네 번의 랠리를 복기해 보면 상승 기간이 제각각이고 랠리를 주도한 주체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동일하다. 반도체가 잘 팔려서다. 우리 증시의 강세장은 매번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와 일치했고, 그게 끝나면 지수는 힘을 잃었다.

물론 랠리가 온전히 반도체에만 기댄 건 아니었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랬다. 1차 랠리 때는 화학, 기계 업종이 중국발 수혜로 두각을 나타냈다. 2차 랠리에선 자동차주와 조선주가 내달렸다. 3차 랠리와 4차 랠리 때도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이 힘을 보탰다. 매번 ‘새로운 주연급 기업’들이 등장하는 듯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 산업 펀더멘털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정부는 정책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공치사했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하강기로 들어서자 민낯이 드러났다. 그 새로운 주연급이라던 기업들이나 정부의 부양책은 모두 곁가지였다.

지금의 랠리는 과거와 다르기를 바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반도체가 증시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현상은 더 심해졌다. 2000년 이후 반도체 업종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20% 안팎을 유지하다가 반도체 호황기가 되면 26~27%까지 커지곤 했다. 2020년 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산업이 뜨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을 때는 30%를 찍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반도체 업종의 비중은 무려 37%다. 반도체주들이 독주하면서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결국 반도체 경기가 초호황인 게 이번 랠리의 본질이다.

어쨌든 증시가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반도체주가 주도하는 장세라고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전례 없는 수준의 랠리에 취해 “우리 증시가 리레이팅됐다”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도래했다”고 예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산업의 주기성이 특히 큰 업종이다. 지금은 수요가 폭증하지만, 언젠가 공급이 과잉으로 바뀌고 전방산업 경기가 꺾이면 그 골은 깊을 것이다. 한국 증시가 정말 새로운 펀더멘털을 다지려면, 5000선에서 다시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그 골을 메워줄 진짜 주연급 기업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나라 경제지표와 개별 주가를 보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0.97%에 그쳤다는 것은, 최근 우리가 저성장에 둔감해졌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심각하다. 역대 최대 호황을 보인 반도체가 아니었으면 ‘경제 위기’ 수준의 숫자가 나왔을 것이다. 가장 심상치 않은 부분은 투자 부진이다.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건설 인프라 투자, 지식재산권 투자 등을 아우르는 총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만큼 우리 미래 생산 기반이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리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들에게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가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배당을 늘리게 하고, 자사주를 소각하게 하고, 해외 유보금을 국내에 들여오게 하는 식이다. 그 노력이 증시를 바꾸고 오천피 시대를 여는 데는 힘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증시를 이끌 새로운 주인공 기업들을 빨리 키워내지 못하면 우리는 2000을, 3000을 넘어섰을 때처럼 또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에 갇히게 된다. 그러고는 매번 그랬듯 또 “국장은 안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주고받을지 모른다. 랠리의 환호성에 묻혀 있는 그 경고음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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