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발표는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 이틀 만에 나왔다. 청문회가 지난 23일 밤 12시를 넘겨 끝났고, 25일 오전 지명 철회 결정이 난 걸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조차 임명 불가 기류가 굳어지자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새로 출범한 예산처 수장 공백 장기화도 불가피하게 됐다.하지만 과거 진보 진영의 확장 재정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온 데다 최근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을 옹호한 이력이 드러나며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보좌진 갑질, 강남 아파트 부정 청약, 장남 입시 특혜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청문회에서 본인 해명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청문회 해명이 석연치 않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결정적 낙마 사유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특정 사안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일부는 소명한 부분이 있지만 그 소명이 국민적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 임명 불가론이 커진 점이 지명 철회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 위원은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을 더 화나게 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해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예산처 장관으로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산처 출범은 이 대통령 공약 사안으로, 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 조율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관가에서는 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임 차관, 한훈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이 후보자 지명 철회가 있었던 만큼 청문회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관료 출신을 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 차관은 예산통 관료 출신으로 예산·정책 전문가다. 한 전 차관 역시 예산라인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여권 정치인을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 수석은 “통합 차원에서 보수 진영 인사도 고려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인사를 모시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번 낙마한 자리이기 때문에 도덕성 문제를 포함해 신중하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형규/남정민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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