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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 아냐"…'경쟁력 회복 마지막 기회' 강조한 JY

입력 2026-01-25 17:55   수정 2026-01-26 00:5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최근 반도체 부문 실적 반등에도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붐이 안겨준 ‘반도체 슈퍼호황’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을 뿐 삼성의 ‘근원 경쟁력’이 완전히 살아난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건넨 것이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주부터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 회장 영상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올초 이 회장이 사장단과 만찬할 때 이 영상을 처음 공개한 뒤 부사장 이하 임원 워크숍에서 추가로 공유했다. 이 회장은 1년 전 임원 세미나에선 영상을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가져달라고 당부했었다.

이 회장이 또다시 경쟁력 회복을 주문한 건 단기적인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매출 93조원·영업이익 20조원)을 낸 것은 압도적인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메모리 가격 상승이란 외부 변수 덕분이라고 본 것이다.

이 회장이 영상에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소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7년 이 선대회장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발언했다. 경영계에선 이 회장이 아버지의 샌드위치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에 고스란히 노출된 지금 삼성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경영계 관계자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일본이 미국으로 대체됐을 뿐 한국 기업들의 신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며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AI,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 회장이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쓴 것에 주목한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투자 여력이 생긴 지금 앞서 나갈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재도약은 쉽지 않다고 진단해서다. 삼성전자 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지난해 성과는 기술 리더십 복원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 과거와 같은 월등한 경쟁 우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AI 중심 경영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 인재 확보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혁신을 꼽았다. 삼성은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건넸다. 지난해 크리스털 패에는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 적혀 있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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