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하청노조들이 현대자동차 등 13개 원청사를 상대로 대규모 교섭 요구에 나섰다. 오는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을 앞두고 교섭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노조의 집단 행동이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는 산하 24개 하청 노조(지회·분회)가 원청사를 상대로 일제히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참여한 하청 조합원만 최소 7040명이며,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는 143곳에 달한다. 원청을 상대로 이 같은 대규모 교섭 요구가 이뤄진 건 처음이다. 금속노조는 “원청 교섭 준비 절차를 밟고 있는 하청 노조가 더 있다”며 확전을 암시했다.
이번 교섭 압박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조선·중공업 분야 기업이 집중 타깃이 됐다. 현대차를 상대로는 경기지부 현대자동차 남양비정규직지회 등 네 개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소속 조합원은 878명이며 하청업체 44곳에 소속돼 있다.
현대제철을 상대로는 광주 전남지부 등 3개 하청지회 소속 근로자 2536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울산·충남 지역 5개 지회가 교섭을 요구했고 조합원은 2113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30개 업체 소속 조합원을 대표해 현대중공업에 교섭을 요구했다. 한화오션을 상대로는 2022년 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점거하고 옥쇄 파업을 벌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등이 공동 교섭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현대삼호중공업, 한국GM, 기아,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등 자동차·부품·화학업계 전반에서 원청을 대상으로 한 하청의 교섭 요구가 확산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원청 교섭의 핵심 의제를 ‘산업안전’으로 집중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원청 교섭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업안전은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부인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는 노조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본다. 하청 직원이 일하는 기계 설비, 안전장치 등이 원청 관리 아래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인명과 관련된 문제라 도의적으로 교섭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을 지렛대로 원청 교섭 창구가 마련되면 그다음은 작업량, 인력 운영, 나아가 임금 문제까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노조법 시행 전인데도 압박을 시작한 배경에는 고용노동부 시행령과 지침(가이드)에 대한 불신이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등에서 시행령과 가이드를 빌미로 하청 교섭권을 제한하는 해석을 내놓으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법 시행 전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신정은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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