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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출범식서 '자기생애 보고'한 정청래 대표

입력 2026-01-25 21:56   수정 2026-01-25 22:20


"저희 동네는 고졸이 최고 학과입니다. 제가 어찌저찌 동네에서 최초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 아니라 그냥 서울대 갔다고 그럽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4시 제주 도남동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청솔포럼 비전선포식'에서 자신의 개인사와 학생운동 시절 기억을 풀어냈다. 충남 금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정 대표는 이날 특별 강연에서 학창시절, 가족사를 차례로 꺼내며 "민주주의는 누군가 대신 지켜주는 제도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낸 사람들의 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 내용은 본래 주제인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시민의 역사적 책무'보다는 '정치인 정청래의 자기 생애 보고'에 가까웠다.

정 대표는 어머니 박순분 여사의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는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음력 10월 18일에 태어났고, 고향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라며 "어머니가 16살 때 40리를 걸어 시집을 왔던 길을, 큰 며느리도 똑같이 40리를 걸어 시집 왔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아버지는 일본 홋카이도 탄광에서 3년간 강제노동을 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서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을 뗐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다. 첫사랑 이야기도 꺼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검은옷과 흰옷만 입던 동네 아이들 사이로 무지개색 옷을 입은 소녀가 전학 왔다며 "사랑은 순식간에 감염되더라"고 말했다. 교회 전도사의 딸이었던 그녀를 보기 위해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겠다고 졸랐지만, 아버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교회 가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였다고 회상했다.

이야기는 학생운동 시절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동네에선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어머니 아버지가 어깨에 힘을 주고 사시던 때, 제가 학생운동을 하다 수배를 받았다”며 “안기부가 '정청래 잡으러 왔다'며 동네를 다 들쑤시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4시간 동안 팬티 차림으로 물고문을 당했지만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출소 후 귀가한 자신에게 두부 두 모를 내밀던 어머니의 이야기에 강연장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정 대표는 어머니가 신발도 벗기지 않은 채 쟁반에 올린 두부 두 모를 내밀며 "두 번 다시 징역 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사관 점거 농성 사건으로 1년 뒤 또 징역을 갔다"는 고백에 강연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정 대표는 무기징역까지 각오했지만 비교적 짧은 2년형을 선고받았다.

정 대표는 누군가의 삶이 겹겹이 쌓인 결과가 곧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뿌리 없이 줄기 없고, 줄기 없이 꽃과 열매는 없듯이 아버지 어머니 없이 태어난 아들 딸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 4·3 영령도 언급했다. 그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한라산 어느 골짜기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버지들, 어머니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생각한다"며 "역사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며 흐른다"고 강조했다.

강연은약 40분 만에 끝났다. 출장 중 위독해진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보러 가기 위해 베트남행을 고민하던 정 대표는, 강연을 마친 뒤 현장에서 이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정 대표는 이 전 총리에 대해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모진 고초를 겪으며 후배들에게 더 나은 사회와 민주주의를 남기기 위해 평생 헌신한 분"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제주=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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