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슈퍼 사이클'을 넘어 '메가 사이클'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시장조사업체에선 올해 1분기 D램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0% 이상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전 분기 대비 가격 상승률은 둔화하겠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50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130조원 이상으로 보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찬밥 취급을 받았던 낸드플래시도 AI 서버에서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6에서 SSD(낸드플래시, D램으로 구성된 저장장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ICMS란 개념을 공개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처음 2000억달러를 돌파한 메모리 시장 규모는 올해 5516억달러, 내년엔 8427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뜻하는 '메모리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대표적이다. 최근 메모리 기업이 돈 되는 서버용 메모리에 집중하느라,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 부족 상황은 자연스럽게 PC·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이는 완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신형 노트북 출고가가 전작 대비 최대 93% 급등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가격도 오르는 것이 유력하다.

메모리플레이션은 자동차업계도 덮칠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PC, 스마트폰용처럼 차량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가격이 오르거나, 차량 생산을 원하는 대로 못할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IB UBS는 "자동차용 메모리의 공급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IB 키방크(Keybanc)도 "자동차용 메모리는 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이 적절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은 자동차 등의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세계적인 빅테크도 버틸 수 없다. 이는 AI 투자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한 증설로 1년 6개월에서 2년 뒤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면, 메모리 값 상승 곡선이 꺾일 가능성도 커진다.
반도체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선 시장조사업체나 IB의 예측과 달리 이르면 2027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업황이 가파르지 않게, 꾸준히 우상향하는 게 메모리반도체 산업엔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