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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사상 첫 5000달러 돌파…"연내 5400달러 가능" [김주완의 원자재 포커스]

입력 2026-01-26 09:26   수정 2026-01-26 10:29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었다.

2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전장보다 0.75% 오른 온스당 5019.85달러를 기록해 5000달러를 돌파했다.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같은 시간 0.84% 뛴 5020.60달러를 나타냈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초까지만 해도 2000달러대였던 금값은 작년 한 해에만 약 64%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 50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금값은 1월 초 약 44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하여 중순 무렵 4800~4900달러대를 맴돌다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심리적 저항선이던 5,000달러를 돌파했다.

다른 귀금속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은 가격은 같은 날 장중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에 올라섰다. 플래티넘도 2700달러를 넘어서며 귀금속 전반에 투자자금이 몰렸습니다.

금·은 가격 비율은 한때 120:1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50:1 아래로 떨어졌다. 은이 금보다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은은 인공지능(AI) 장비, 전기차, 2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에 널리 쓰이는 산업 소재로도 수요가 높아 가격 상승 잠재력이 금보다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가격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해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이번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며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무역 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엔 이란과 이스라엘 및 걸프 지역 갈등, 미·중 갈등 등의 동시다발적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되며 금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2023년 말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당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중동 긴장은 금 가격을 밀어올리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지정학 불안은 원유 등 에너지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도 연결된다. 이는 추가적인 금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 유럽의 정치적 불안과 높은 국가부채 수준 역시 투자자들이 유로화 등 통화보다 금을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도 요인이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후유증과 각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주요국에서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금 투자 붐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버금가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세계적으로 지속되자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미국, 유럽의 소비자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이 부채 누증으로 적극적인 긴축에 한계를 보이자, 실질가치 보존을 위해 금을 선택하는 수요가 급증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 통화의 구매력 하락(통화가치 절하)을 체감한 개인 투자자들이 금을 매입하거나 금 관련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움직임도 뚜렷했다.

미국 정부의 장기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로 달러화 신뢰가 약화된 점도 금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 등은 “달러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했고, 통화 대비 금 가치 부각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미 중앙은행(Fed)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금리 인하) 등도 요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 ETF 등 금 투자 수요 증가 등도 금 가격을 끌어올렸다. 금 공급이 수요만큼 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광 산출량이 정체했다.

시장의 전망은 상승이 우세하다. HSBC 은행은 “올 상반기 중 금값이 일시적으로 50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차익실현 매물 출현 등으로 조정이 올 가능성을 지적했다. 과거에도 금이 정점에 다다른 후 단기에 급락 조정을 보인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5000 돌파 이후 일시적 숨고르기나 되밀림 현상이 올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멈출 경우 가격 조정 폭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의 중기적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말 금값 목표치를 종전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향후 2년 내 금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 다만 HSBC는 2026년 평균 금값 전망을 약간 하향한 4587달러로 제시하면서 “상승 후반부에 진입하면 조정압력이 높아져 2026년 말을 4450달러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 강세 전망에도 잠재적 하락 요인도 있다.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미 달러 가치의 강세다. 미국 경제가 향후 몇 년간 다른 지역 대비 월등한 성장률을 보이거나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 강세를 유도할 경우 금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갈등이 향후 부분적 해결 또는 완화 국면에 들어갈 경우 금에 붙어있는 위험 프리미엄이 감소하며 가격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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