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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노동법

입력 2026-01-27 15:51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피지컬 AI(Physical AI)를 필두로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조립 공장에 곧바로 투입 가능할 정도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였는데,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자재 및 부품 운반과 조립 업무를 인간 근로자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모습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올해부터 실무학습을 시작하여 2028년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입을 계획중이라는데, 이 정도의 고성능 휴머노이드가 작업 현장에 투입되는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노동법만으로는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현행법 체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지만, 미래는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공존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수 년 동안의 국내 노동관련 입법을 보면 여전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도입을 더욱 서두르게 하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들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 24시간, 주 7일, 연간 365일 일할 수 있고, 다칠 일도 없으며, 파업리스크도 없는 휴머노이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든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국내 노동조합마저 아틀라스의 도입 및 연간 유지비용과 인간 근로자의 연봉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며 아틀라스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하였다.

조합원을 위한 내부용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노사관계 파탄을 원한다면 그 끝을 보여 줄 것”이라는 거친 메시지도 확인되는데, 이는 아틀라스가 해외 공장에 배치됨으로써 해외 공장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이후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아틀라스 효과’에 환호했지만, 노동조합은 일자리 위협을 우려하며 견제에 나선 것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 이익을 위한 조직이고, 그 집행부는 조합원의 투표로 당선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주장의 행간을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고 이를 어떻게 연착률 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으로 이해된다. 국내 공장의 낮은 경쟁력을 억지로 유지하는 방안이 옵션에 있어서는 안 되고, 만약 그러한 옵션을 선택하는 순간 이는 특정 기업의 노사관계 파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파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것은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는 노동조합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도입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산업경쟁력 전반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제도적 보완을 통한 메시지를 줄 필요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 조합원들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는 노동조합에게도 운신의 폭이 생길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이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를 도입할 때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기 위한 규제보다, 기존 인력을 로봇 관리직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직으로 재교육(Reskilling)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혹자는 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는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선택하는 사람한테만 혜택을 준다는 불만이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불만은 설명과 설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세금을 들여 제철소, 고속도로, 신공항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 겪은 문제이다.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관계법령은 인간 근로자만 있을 때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가 업무의 90%를 수행할 때, 남은 10%를 관리하는 인간을 지금과 같은 법체계에서 정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실무를 하다보면 지금도 현행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법 적용 대상을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90%가 기존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되는 과정과 전환된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에서도 기존 법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규제 대상이 되면, 전환을 어렵게 하고 분쟁의 대상이 될텐데 특별법 등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휴머노이드의 도입, 기존 인력 재교육(Reskilling) 및 전환 배치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을 유연화 하되, 인간 근로자에 대한 보호 및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24시간 가동될 수 있지만, 인간은 휴식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의 속도에 인간이 맞추다 발생하는 이른바 '디지털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물론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도 가능하지만 원격근무가 더욱 보편화 될 것이므로 근무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인간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휴머노이드의 단순한 유지관리가 아닌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는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별도의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인한 안전문제이다. 휴머노이드가 작업 중 인간 근로자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 책임소재에 관한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를 구입하거나 임차하여 기업활동을 하는 경우가 더욱 그렇다. 휴머노이드가 특정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투명해야 하며, 위험 상황 시 인간이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동차 보험처럼, 산업용 휴머노이드 도입 시 반드시 고액의 사고 배상 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국가들은 생산현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능이 더욱 고도화될 것이 자명하다. 늦으면 늦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임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규제 도입은 기술의 도입과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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