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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이 노란봉투법을 받아들면 일어날 일

입력 2026-01-27 15:51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지식 기반 노동 전반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직은 물론, 인간의 전유물이라 믿었던 창의성의 영역인 작가, 화가조차 사정권 안에 있다. 게다가 최근 모 회사가 인간형 로봇 개발과 산업현장에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일부 생산·기술직 노동조차 대체 가능하다는 예상에 곧바로 고용 불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정교한 작업이나 감성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와, 기술 발전과 노동 보호 사이의 긴장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산업 현안이 되고 있다. 이에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전제는 물론, 노사 갈등의 양상조차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노동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의 방향성은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하청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하청 노동조합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 즉 원청을 하청 노동조합과의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데 있다. 기존 노동법 체계가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시도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하청의 생산량, 단가, 공정, 인력 운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법적으로는 교섭의무가 없어 결과론적으로 원·하청 간 근로조건의 격차는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이러한 접근방식이 힘을 받은 이유다.

그런데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 속도가 섬뜩할 정도로 빠른 작금의 산업환경에서 노란봉투법이 추구하는 교섭구조 확대는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불현듯 물음표가 스친다.

노동은 기술적으로 대체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향후 AI시대의 교섭의 쟁점은 전통적인 임금, 근로조건 등을 넘어, 자동화 도입·확대, 직무 축소·소멸, 공정 재편, 사업구조 변경 등의 문제로 점차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기업은 교섭을 통한 조정에 앞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선행적으로 경영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노란봉투법과 같이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여 교섭의무를 지우는 방식은 산업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전제에선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AI시대의 기업 조직은 지금과 같이 고정된 원·하청 관계보다 프로젝트 단위, 플랫폼 기반, 글로벌 분업 구조로 유연해지고, 쉽게 이동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특정한 원청을 교섭의 중심 축으로 설정하고 교섭의무를 부과하는 접근은 자칫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또한 교섭권 강화를 통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과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AI와 자동화로 인해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원·하청 관계가 존재하는 기업은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면 어떤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지, 개별 교섭의제 중 어떤 의제에 대해 교섭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상당 기간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교섭 관련 비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불확실성과 교섭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을 가속하거나 생산 거점을 옮기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노동으로 인해 법적 책임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교섭을 통한 조정보다 기술적 대체를 선택할 유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주체의 의도라기보다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을 강요받는 시점이 올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당분간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의무를 지워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겠으나, 앞으로 노동의 존속 자체를 보장하는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을까? 특히 교섭 대상이 된 노동이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경우, 교섭 구조는 '임금과 같은 일자리의 조건'이 아니라, '노동이 대체되고 전환되는 시점과 조건'을 둘러싼 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 때는 생산중단, 즉 파업은 더 이상 효과적인 압박이 되지 못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 확장만으로는 기술 변화가 주도하는 산업 재편 국면에서 노동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고, 혹여 기술 대체의 가속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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