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

택소노미에 따른 녹색활동, 공시 강화와 전환금융 확대가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개정 K-택소노미와 녹색금융 활성화 및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도한 규제는 자칫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규제와 인센티브의 조합은 시장 확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경ESG>는 투자자를 대표하여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을 만나, 택소노미가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전환금융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들어봤다.
K-택소노미 적합성 여부가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나.
“전사 ESG 투자를 통합하는 내부지침으로 책임투자통합지침을 2024년 12월에 제정해 주식·채권·대체·글로벌 등 모든 부문에 적용하고 있다. 해당 통합지침에는 고유의 ESG 분석 기준인 NH-아문디 통합 ESG 프레임워크를 포함한 것이 핵심이며, 총 14개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택소노미 적합성을 구성해 분석에 적용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70%는 외부평가사 데이터를 이용하지만 30%는 자사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스코어링하여 내재화하였다. 택소노미 적합성은 직접 스코어링하는 지표로서 ESG리서치팀에서 만든 공식에 따라 기업의 녹색매출비중과 CapEx, OpEx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래 개선 가능성도 판단한다. 스코어링 결과는 ESG 등급 산출뿐 아니라 ESG 포트폴리오 구성에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ESG 평가 모델에서 다배출 사업의 택소노미 반영 비중은.
“자사 ESG 평가 모델에서 탄소 다배출 산업은 환경·사회·지배구조 필러 중 환경의 비중이 약 30-50%이며, 그중 택소노미 지표의 비중이 30%이므로, 이를 종합하면 전체 ESG 평가 모델에서 택소노미 반영 비중은 약 9~15% 수준이다. 따라서 가산점 부여방식은 아니지만 ESG 등급 산출 시 다배출 기업은 택소노미 반영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ESG펀드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때에는 산업전망 등을 포함하므로, 최종 투자 의사결정 시 택소노미 반영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아문디의 경우에는 자체적인 GSSS 채권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약 1800개 이상 지속가능채권을 분석하고, 시스템리스크 및 포트폴리오 구축 프로세스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채권형 ESG펀드 시장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다고 보나.
“국내 채권형 ESG펀드 시장은 대부분 지속가능 인증을 받은 채권(GSSS 채권)을 기계적으로 담는 펀드이며, 택소노미를 포함한 종합적인 ESG 분석을 반영하여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신용등급 산정에서부터 반영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쉽게도 녹색채권이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되는 그리니엄(greenium)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발행시장에서는 녹색채권이 일반채권에 비해 많은 수요가 몰려서 발행금액을 증액했던 사례가 있었다. 한국 정부의 녹색채권발행지원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발행사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 및 공시 의무화와 맞물려 향후 녹색채권 시장의 자금 유입 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나.
“현재 환경책임투자 종합플랫폼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녹색채권 누적 발행액은 총 4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한국형 녹색전환(K-GX) 정책, 탄소중립산업법, 기후테크산업육성특별법 제정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므로 향후 녹색채권 시장으로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국제적으로 2024년 기준 약 1조 달러 규모의 GSSS 채권이 발행되고 있으므로, 국내 K-GX 정책이 전개됨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전환금융에 대한 관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전환금융에 대한 기대가 큰데 투자자 입장에서 조언할 점은.
“현재 전환펀드(전환금융) 관점에서 K-택소노미의 전환부문은 전환금융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전환금융의 정의는 고탄소 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금융을 투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K-택소노미의 전환부문에서 전환의 정의는 ‘일시적으로’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수준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환금융에서는 K-택소노미 기준과 측정·보고·검증(MRV)이 투자 기회 발견과 그린워싱 리스크 감소에 핵심적이라고 판단된다. 실제 이행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MRV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MRV에는 많은 비용이 수반되므로, 디지털 MRV와 같은 기술 개발과 정부의 기업 및 투자자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환금융의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현재 정책추진이 탄소중립산업법, 기후테크산업육성특별법 크게 2가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정확하게 원하는 산업이나 기술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그 부분이 잘 안착되도록 노력해야 할것으로 본다. 또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이 활발해져야 할 것으로 보는데 2023년도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및 금융위원회에서 420조원의 녹색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매년 50조원씩 정책금융이 투입되고 있다. 정책금융이 민간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설계가 중요하다. 2021년 택소노미 제정 이후 2024년 말 녹색여신 관리지침,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나온 바 있다. 모든 규제가 그렇듯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기준을 맞추고 검증하는 데 있어 수준을 너무 높이면 시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기업의 녹색 활동 데이터 혹은 공시 중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국내 기업의 공시 수준이 K-택소노미의 기술적 선별기준(TSC)에 기초해서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래야 적격(Eligible) 수준을 넘어서 적합(Aligned) 수준으로 분석 및 공시가 가능하다. 최근 ESG 공시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어도 지금의 지속가능 공시 기준으로는 택소노미 적합성과가 좋은 기업들로 자본이 쏠리는 현상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시기준에 K-택소노미 반영이 적은 이유는 기업의 부담과 함께 북미지역 기준인 ISSB에 유럽 정책인 택소노미를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국내 지속가능 공시 기준에 국내 특수성 관점에서 K-택소노미를 적극 반영하고, 정부 차원에서 K-택소노미가 글로벌 택소노미와 얼마나 정합성이 있는지 분석 결과를 국내외 자본시장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 예고됐는데 어떤 점에서 변화가 예견되나.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이행 점검이 도입되고 적용 범위도 주식 중심에서 채권과 대체투자 등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된다. 다만 제도가 강화되더라도 투자 판단의 자율성은 일정 부분 유지될 필요가 있다. 녹색투자나 대체투자의 경우에도 사전 투자 검토, 투자 이후 모니터링, 사후 점검 등 세 단계에 걸친 관리가 중요해진다. 단순히 녹색채권을 편입했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로 투자 대상이 적정한지 점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라벨이 붙은 자산(녹색 채권 등)’을 매입하는 데 부가되는 복잡성이 장애물이 될 수도 있어, 이런 부분은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전환금융의 너무 엄격한 기준은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것 같다.
“전환금융 역시 초기부터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현재 발행 가능한 전환금융 상품이 제한적인 만큼, 앞으로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와 같이 활용 가능성이 높은 수단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LNG 전환과 관련한 배출 기준이나 기술 선별 기준도 향후 전환금융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협의와 목표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들이 의무공시 체계 안에서 택소노미와 함께 정리된다면, 시장은 보다 자연스럽게 제도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으로 본다.”
택소노미가 정착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금융 택소노미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뿐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공시가 본격화되면 금융회사 내부에서도 녹색여신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요소들이 금융사 내부 핵심성과지표(KPI)에까지 반영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정책 인센티브 측면에서는 앞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나 지속가능연계대출(SLL)과 같은 수단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과학적 기준 설정과 함께 MRV 체계를 갖추고, 공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규제와 비용 부담만 강조될 경우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DC 목표 이행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들이 실제로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코스피5000뿐 아니라 그 이상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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